[충정로 칼럼] 우리기업, 유럽에서 ‘유레카’를 외치다
2014-05-29 16:29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순금 대신 은이 섞인 왕관을 가려내는 데 골몰하고 있었다. 그는 목욕을 하던 중 몸의 부피만큼 욕조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는 금과 은의 밀도차를 활용해 순금 왕관의 실제 부피를 측정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당시 아르키메데스는 너무 기쁜 나머지 ‘유레카’라고 외치며 알몸인 상태로 거리로 달려 나갔다고 한다. 그 이후로 특별한 것을 발견하거나 깨달았을 때 ‘알아내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유레카(eureka)를 흔히 사용하곤 한다.
유레카는 지난 1985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 주도로 만들어진 범유럽 공동 연구개발(R&D) 네트워크의 별칭이기도 하다. 혁신적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유럽권 국가들이 공동 R&D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이다. 미국에 대응한 유럽권 R&D 프로그램이며 참여업체 중 중소기업 비율이 70%가 넘을 정도로 중소기업 위주라는 점, 그리고 상용화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위주로 시장지향적 산업기술개발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이 유레카의 특징이다.
출범 초기 18개국으로 출발한 유레카 회원국은 현재 유럽 41개국 외에도 2개의 비유럽권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와 캐나다이다. 우리나라는 민간과 정부가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라는 마음으로 함께 노력해 온 덕분에, 다행히 지난 2009년 6월 EU 국가들의 환영을 받으며 비유럽권 국가로는 최초로 유레카 프로그램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이후 현재까지 한국은 총 51개의 유레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유럽의 약 500여 개 연구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함께 연구하는 것에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기술혁신기관이 유레카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유럽의 혁신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게 된 것이다.
기술의 융복합화, 기술개발 속도의 가속화로 인해 혼자 하는 연구로는 혁신적인 제품을 시기적절하게 만들기 어렵다. 반면, 함께 연구할 때 나오는 시너지는 상당하다. 서로가 가진 기술지식(IP)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면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고,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서 제3국에 진출할 수도 있다.
기술협력은 상호간의 강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연구주체들은 서로의 기술을 주고 받아야하며, 연구 결과물도 함께 공유해야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상대와는 기술협력을 하지 않는다. 특히 언어, 문화가 다른 외국인 파트너와의 협력은 더더욱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협력 파트너간 신뢰 문제는 협력 주체들의 몫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더 다양한 주체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일 것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유레카 사무국은 2010년부터 ‘코리아 유레카 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과 유럽 국가간 공동 연구과제를 발굴하는 대규모 컨퍼런스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2014 코리아 유레카 데이에서는 공동연구 파트너 찾기(매치메이킹), 기술 동향 공유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매치메이킹 행사에 참석한 43개 국내 기업·기관의 관계자들은 200여 건의 테이블 미팅을 통해 해외 파트너를 찾고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데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만남이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참석한 한-EU 기관들이 ‘유레카’라고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