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의 연이은 미국상장 성공신화...한국 기업은?
2014-05-26 17:23
아주경제 양종곤·배상희 기자 = 최근 미국 주식 시장을 무대로 중국 신흥기업들이 써내려가는 성공신화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중국 기업들은 연이은 ‘대박’ 상장 데뷔전을 치러내며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한 ‘탄탄대로’를 다져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상장으로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세계 굴지의 해외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채 고전 중이다.
올해 들어 중국판 트위터 신랑웨이보(新浪微博), 중국 2대 인터넷 보안 기업 치타모바일(獵豹移動), 온라인 여행업체 투뉴왕(途牛網) 등의 중국 신흥기업이 미국 뉴욕상장을 결정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 대형 동영상서비스업체 쉰레이(迅雷)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며 미국행 대열에 합류했다.
이는 쉰레이의 2011년 이후 두 번째 미국 상장 시도로 3년만의 재기가 성공한다면 최대 1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동시에 중국판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의 레이쥔(雷军)회장이 쉰레이 지분의 27.2%를 보유해 최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이에 앞서 중국 온라인쇼핑몰 업체 징둥상청(京東商城)과 온라인 화장품판매업체 쥐메이요우핀(聚美優品)은 상장데뷔 첫날 주가가 10% 급등하며 성공적으로 미국 증시에 안착했다.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중국 2위 온라인쇼핑몰 업체 징둥상청은 22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주가가 10%나 급등했다. 이번 IPO로 징둥상청이 조달한 자금은 예상범위를 크게 웃도는 17억8000만 달러로 지금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다. 또 지난 16일에는 중국의 온라인 화장품판매업체인 쥐메이요우핀이 상장 첫날 9.9%나 올랐고, 2억4510만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특히, 이들 중국 기업들의 성공적 데뷔전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조달할 자금규모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알리바바 상장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창의적 모방’을 기반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지금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를 집어삼킬 기세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IT공룡 알리바바는 지난 6일 SEC에 상장신청서를 제출했다.
돌연 미국행을 선택한 알리바바를 두고 중국은 “알리바바의 미국증시 상장은 중국 자본 시장의 비애”라고 까지 표현했을 정도로 알리바바 미국 상장 결정은 최근 글로벌 증시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200억 달러에 달하는 알리바바의 자금 조달 규모는 중국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 중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다.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 상장될 경우 시총규모가 1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까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중 어느 거래소에서 상장할 것인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양대 거래소는 ‘알리바바 모시기’에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재 국내 기업들의 경우 국내 증시 상장 과정없이 해외 증시에 직상장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대안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후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지난 1997년 1억3000만 달러 해외DR를 발행한 이후 이날까지 발행실적이 없는 상태다. 현대차, 기아차, SK, 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 역시 2000년 이후 해외 DR발행 실적은 전무하다.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껏 해외에 직상장한 사례는 보지 못했는데 해외 시장과 조건을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아 발생한 결과로 보인다"며 "미국 증시만 하더라도 밸류에이션이 높아 국내 상장사는 해외에 직상장할 때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까지 해외DR발행 실적이 없는 점은 다소 의아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기업의 문제라기보다 해외에서 자금 조달을 원할하기 위한 제도적인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