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아한 거짓말’ 고아성 “진짜 동생이 죽은 느낌, 상실감 컸다” 눈물

2014-03-04 11:18

[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또 울었다. 매번 인터뷰를 할 때마다 동생 ‘천지’(김향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눈물부터 고인다. 배우 고아성(21)의 캐릭터 몰입력에 대해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3일 오후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고아성의 앞에는 휴지가 놓여져 있었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제작 유비유필름, 무비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천지의 언니 만지 역으로 분한 고아성은 아직 ‘만지’ 그대로였다. 이제 갓 성인이 된 고아성에게 학창시절에 대해 물었다.

“만지한테 미란(천우희)이라는 친구가 있는 것처럼 저한테도 터놓고 지내는 소울메이트가 있어요. 평생 친구는 8년을 지내야 알 수 있다는데 ‘우리는 3년 남았다’라고 말하는 고등학교 친구에요. 대학교 가면서 멀어질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죠. 1주일에 5번은 만나는 것 같아요.”
 

[사진=이형석 기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아역부터 시작해 이름을 알린 스타의 입장에서 친구들과 서먹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고아성은 “연예인이라고 학우들이 색안경을 낀다면 그건 제가 하기 나름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학교를 드문드문 가면 매번 신기해하고 다르게 보지만 꾸준히 가면 문제가 없다”는 고아성은 “딱 1주일이다. 처음에는 신기해해도 제가 먼저 다가가고 말을 걸면 나중에는 그냥 반 친구가 된다. 초코피*를 사먹으려고 매점에 가도 신기해하는 친구들은 없다”고 말했다.

‘우아한 거짓말’의 소재이기도 한 학교폭력과 일명 ‘왕따’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궁금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죠. 그 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이제껏 영화에서 다루어진 왕따 문제는 엄청난 폭력이나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었지만 ‘우아한 거짓말’처럼 사실적으로 다룬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같이 데리고 다니면서 괜히 무안을 주는 일이요. 그래서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엄청 신선했어요. 그런 왕따 문제는 비단 학교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많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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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특히 동생 천지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눈물을 보였다. “아직 제가 너무 만지 입장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고아성은 “세트장에 들어갔는데 천지가 목을 맨 자리에 의자가 있고 빨간 목도리가 걸려있는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났다. 너무 슬펐다. 마치 그 현장이 풍경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촬영하면서 진짜 천지가 제 동생처럼 느껴졌다. (김)향기나 (김)유정이한테 잘 챙겨주지를 못했다. 만지 역할이 너무 무거웠기에 제 감정을 추스르기에도 벅찼다.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이면 매일 눈물을 흘렸다”는 고아성에게서 만지의 모습이 보였다.
 

[사진=이형석 기자]

“실제로는 언니만 2명이에요. 원래 성격은 쿨하거나 시크하지 않은데, 영화를 촬영할 때는 진짜 제 동생이 있었고 죽은 느낌이었어요. 사람을 잃는 상실감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죠. 자꾸 눈물이 나네요.”

‘우아한 거짓말’은 버릴 부분이 없는 영화다.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200% 연기했다. 고아성과 인터뷰를 하면서 ‘배우들이 이 정도 몰입해야 ‘우아한 거짓말’같은 웰메이드 영화가 탄생한다’고 느껴졌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