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인수협상자 유안타 선정… 외자 반감 극복할까

2014-03-02 09:03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동양증권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만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확정됐다. 당장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외국자본에 넘어간다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만 1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은 동양증권 인수가로 1250억원을 제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확정됐다.

이는 애초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액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매각가로 2000~3000억원을 전망했었다.

동양증권 대주주인 동양인터내셔널 및 동양레저가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은 27.06%다. 주가 하락 탓에 주식가치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유안타증권이 제시한 값이 너무 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며 "매각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소송 리스크가 매각가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증권은 기업어음과 회사채 불완전판매로 1조원이 넘는 피해를 투자자에게 입혔다.

피해를 본 투자자 모임은 현재 법무법인과 함께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안타증권 역시 인수 결정에 앞서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피해 규모와 집단소송 움직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법원 결정을 봐가면서 대응책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비롯한 걸림돌이 남아 있지만 동양증권 대주주 측과 유안타증권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매각작업 자체는 순항하고 있다.

동양증권 또한 할 수 있는 건 다하겠다는 각오다. 매각에 앞서 유상증자와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서명석 동양증권 신임 대표 또한 새 주인 찾기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혔다.

유안타증권은 작년부터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인수에 공을 들여 왔다.

한국 투자자가 동양증권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진 점도 인신해 최근에는 국내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이미지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외국자본을 경계하는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를 인수한 외국자본이 번번이 먹튀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계 자본에 인수된 굿모닝증권(현 신한금융투자), 영국계 자본에 팔렸던 브릿지증권(현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모두 먹튀 논란이 있었다"며 "단물만 빼먹고 나가는 것인지, 지속적인 경영을 원하는 것인지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