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이후 중국의 대북정책 싸늘해져, 도발시 강력응징 나설것”

2014-01-01 10:42
스인훙교수 "외교부 공식반응이나 김정은 명칭않는 점이 변화의 신호"

스인훙교수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국무원(행정부) 외교전략 자문역(참사) 스인훙(時殷弘·62) 런민(人民)대학교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난달 3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며 “북한이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중국 역시 강력한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그는 주변국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올해 초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중국 최고의 국제 전략가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미국의 세계 전략과 동북아 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아래는 스인훙 교수와의 일문일답.

▲장성택 사후 중국의 입장변화가 있나.
=그동안 북한이 중국과의 소통을 소홀히 해온데다 지난해 장성택 처리에서 보여준 정권의 잔인함과 불안정성으로 인해 북중관계는 큰 손상을 입었다. 장성택 사후 중국 외교부는 “북한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 이 같은 수사는 지극히 유보적인 태도를 나타낸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변화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장성택사건 이후 중국측은 공식적으로 김정은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중요한 신호다.

▲향후 북중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중국은 세가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북한이 중국에 계속 오만한 태도를 보일지, 도발행위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조성할지, 제4차핵실험을 감행할지 등이 그것이다. 만약 북한이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유화적으로 나온다면 북중관계는 서서히 호전될 것이지만, 나는 그들의 리더십과 과거행태를 비추어본다면 북한이 이 이 세가지를 모두 행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은 더욱 강한 UN제재에 동참할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건재하다. 때문에 UN제재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지난해 중국은 두번의 UN 대북제재에 동참했다. 중국내 북한의 계좌 일부를 동결시켰고 통관을 강화했다. 하지만 북한은 밀수능력이 뛰어나다. UN제재를 하더라도 해상밀수나 육상밀수를 통해 필요한 물자를 들여갔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시 북한으로서는 큰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장성택 사건 역시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장성택이 매국을 하고, 광산을 헐값에 팔았다는 등의 죄목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안 좋다는 뜻 아니겠는가.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은 북한에 석유,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의류 등을 수출한다. UN제재조치 이후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무역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조치는 최악의 상황에서 취해질 것이다. 북중관계는 아직 최악에 오지 않았으며, 중국은 최악의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 만일 대규모 탈북자가 국경을 넘어 중국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이는 재앙에 가까운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현대 군사작전의 변화로 인해 북한의 전략적인 가치도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중국이 경제적인 지원을 지속하더라도 그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로 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올해 제2의 장성택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북한은 왕조독재정권이다. 왕조독재정권은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다. 2012년에 리영호가 숙청된것도, 2013년에 장성택이 사형당한 것도 2인자를 용납치 않는 왕조독재정권의 특성이라고 본다. 여기에 더해 김정은이라는 지도자 개인의 성향이 작용한 게 장성택 사건이다. 공개적으로 잔인하게 장성택을 숙청한 것은 김정은의 분노가 얼마나 심했으며,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함을 반영한다. 이 같은 방법은 김일성도 김정일도 사용해 본적이 없다. 장성택은 제2의 리영호였으니, 제2의 장성택은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지 않겠는다. 최룡해가 2인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는 경험이 많은 노회한 정치인이기에 오만하고 잔인한 김정은의 편집증을 피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스인훙교수



▲중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지전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현재 중일관계는 과거 1930년대 중일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수위에 도달해 있다. 일본의 2012년 9월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조치 이후 양국관계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근 해상에서 양국간의 아슬아슬한 상황이 심심챦게 벌어졌다. 이에 더해 중국이 방공식별구를 선포한 이후 공중에서의 국지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강대국간의 전쟁은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실제 전쟁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 역시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중일갈등은 어떻게 해결될 것으로 보는가.
=일본은 중국의 급부상을 경계하며 방어태세로 나오고 있다. 사회를 우경화시키는 동시에 군비를 확충하고 헌법을 수정하려는 노력은 다분히 중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은 과거사를 부정하며 과거 세계2차대전 피해국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내부 강성여론으로 인해 일본에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 역시 현상유지를 위해 중국에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양국간의 고위층 교류가 거의 끊겼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외교적인 해결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로서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중일분쟁은 결국 중국의 승리로 끝날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아시아의 주요국가로 유지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듯 하지만 이는 이상에 불과하다. 아베 총리 본인 마저도 자신이 없을 것이다. 일본의 국민들 역시 중국의 굴기를 목격하고 있다. 만에 하나 일본과의 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이 이기겠지만,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이 참전한다면 그 누구도 승리를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들의 오판이 없는 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 양국이 서로 정치적으로 승리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신형대국관계의 성과는 어떠한가.
=신형대국관계는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개념으로, 시진핑 체제 외교의 핵심가치다. 이는 미국과 중국 양국이 전략적으로 서로에게 대국에 걸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군사적 적대적인 수단을 피하고, 대화를 통해 새 시대를 열어가자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대국이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신형대국관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미국측에서는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를 ‘권력분할’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이 부분에서 양국의 의견차이가 존재한다. 양국은 더욱더 대화를 나눠야 한다.

▲중국위협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중국의 국력이 강대해져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방력 역시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도 강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 등이 중국위협론을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강대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필연적인 모습이라고 본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주변국관계를 잘 다져나가야 한다. 선의를 가지고 동반자로서 함께 부유해지는 길을 걸어야 한다. 현재 주변국들은 경제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면서 안보상에서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각축을 벌이는 과정에서 주변국들은 어부지리를 꾀하고 있다. 중국이 이 상황을 바꾸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자연스레 중국이 대국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중국이 천천히 노력해 간다면 중국위협론은 사라져갈 것이다.

◆주요약력 ▲1951년 장쑤(江蘇)성 1981년 창저우(常州) 난징(南京)대학 외교학과 석사 ▲1988년 난징대학 국제관계학과 박사 ▲하버드대학 연구원, 폴브라이트 방문학자 ▲1900년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 ▲2001년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2011년 국무원 참사 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