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실시에 美ㆍ日 증시 급등했지만…한국은 여전히 박스권
2013-12-22 07:10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 미국이 시장의 예상보다 강도가 약한 수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장을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없어진데다 테이퍼링이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 증시도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호재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상승폭이 1% 정도에 그치면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대적으로 환율 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조언했다.
◆ 한국 증시 어디로?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테이퍼링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미국 뉴욕증시는 두 달만에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85%(293.03포인트) 급등한 1만6168.29로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9.72포인트, 1.67% 오른 1810.72를 기록했다. 두 지수 모두 최근 두 달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IT(전기전자), 화학, 조선, 철강, 에너지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민간 투자가 늘면 국내 IT관련 기업들의 실적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원자재 및 중간재 성격이 강하고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화학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미국계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당장 올해 말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기는 어렵겠지만 회계연도가 바뀌는 내년 1월에는 매수세가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고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 규모가 컸던 IT, 화학, 조선, 철강, 에너지 등의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좋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 위험요소도 많아
미국의 테이퍼링 실시는 결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한국 증시에서는 랠리(증시 호황)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 우려만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 이상 오른 1996.79로 장을 시작하며 2000선 돌파의 기대감이 커졌으나 이후 엔화 약세로 수출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상승폭을 반납하며 0.05%(1.02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이날 새벽 미국의 테이퍼링 실시로 미국과 일본 증시가 급등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국내 증시가 여전히 환율과 실적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추가로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과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4분기 이익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일단 큰 그림에서 보면 양적완화 실시라는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 가능성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소"라면서도 "단기적으로 연말로 접어들면서 수급이 취약해지고 해외 시장에서 일본과 중국 등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투자전략은 중장기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두고 핵심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하나금융지주, 한국전력, 네이버, SK하이닉스 등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