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1년 명암-下] '반쪽신세' 세종청사…현대판 귀양살이
2013-12-17 17:15
-중앙 행정 기능 이원화…행정 업무의 비효율성
-정부세종청사의 희로애락…'희락'은 없고 '로애'만 가득
-정부세종청사의 희로애락…'희락'은 없고 '로애'만 가득
◇ 세종시 이전 공무원들 ‘떠돌이 신세’ 여전
세종청사 이전 첫 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것은 ‘반쪽근무’로 전락한 정부 행정이다.
세종청사로 이전한 부처의 실·국장 등은 일주일에 절반은 서울 출장길에 오른다. 하루 5·6시간을 길바닥에 허비하면서 결재가 미뤄지는 통에 세종시를 둘러싼 업무 부담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툭하면 공무원들을 서울로 호출하는 국회의원들의 권위적인 관행도 행정 비효율을 가중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정부부처 공무원들에게는 국회 등과의 스킨십을 등질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가 시작된 여의도 국회의 모습이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국회 주변은 정부 세종청사 공무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회 주차장은 세종시에서 올라온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세종정부청사는 개점휴업을 방불케 했다.
5억원을 넘게 들여 마련한 세종정부청사 내 국회 전용 회의장은 유명무실한 공간으로 아직까지 빗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
일부 국회 상임위원회의 ‘1박 2일’ 국감도 서울행 KTX나 통근버스의 출발시각에 맞추느라 속빈 강정이 돼버렸다. ‘서울행 기차시간 돼가니 질의를 빨리하라’는 국감 발언은 세종시 국감 백태 중 ‘진풍경’으로 손꼽힌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국회 파행도 각 부처 장·차관들의 일손을 놓게 한 사건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위해 국회로 출근한 각 부처 장·차관들은 여야 간 다툼으로 인해 대정부 정책질의는 커녕 대외경제장관회를 늦춰야하는 등 한주 간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세종시 이전 공무원들의 행정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효율적인 질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물리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관행적인 행보가 세종시 반쪽근무에 덧칠을 거듭하는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세종시의 현주소…36개 정부기관 ‘현대판 귀양살이’
세종시는 국토 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상징성이 짙다. 정부는 오는 2014년까지 36개 정부기관 이전을 마치고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세종시의 현주소는 특별한 경쟁력도 없이 사람 채우기만 급급한 형국으로 변질된 모습이다.
중앙 행정 기능이 이원화된 비정상적인 세종시 시대에 총 36개 정부기관 공무원들은 현대판 귀양살이를 하고 않느냐는 비야냥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와 국회·안전행정부도 내려와야 행정복합도시로써의 수평적 골자가 갖춰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예초부터 중앙 행정 기능이 이원화되면 업무의 비효율성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단계의 고통은 이달부터 이주하는 나머지 2단계 기관들에게도 매한가지일 수 있다. 국토 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상징성만 내세우기에는 중앙행정기관의 반쪽 신세를 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국토 균형 발전 세종시?…주변 지역의 기형적 발전
무엇보다도 외형적 도시형태가 도시로서의 완결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지적도 많다. 턱없이 부족한 병원·학교·문화 공간 등 각종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분석은 어제 오늘만의 얘기가 아니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세종시 일구기가 오히려 대전광역시 발전으로 쏠리는 기형적 현상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세종시와 인접한 반석동·지족동·노은동 등 유성구는 대전 시내 5개구 중 인구 증가율이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 경기도 세종시 거품은 사라질 모습이나 유성구는 오히려 호황인 점도 이를 방증한다. 내년 상반기 아파트 3837가구가 들어설 노은 3·4지구의 택지개발사업도 이러한 단면 하에 이뤄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세종시가 물리적으로 도시 형태를 갖출 수는 있지만 오히려 행정·산업·복지 등 여러 기능을 갖춘 주변 외곽의 타 지역이 수혜를 입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향후 세종시의 자족 기능이 상실돼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만 초래하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전설적 마피아인 ‘벅시 시걸’이 지난 1940년 황무지에 세웠던 플라멩고 호텔과 세종시를 빗대는 이도 적지 않다. 현재 정부세종청사 건물이 각종 편의시설 따위를 찾아 볼 수 없는 사막 한복판의 플라밍고 호텔로 비유하면서도 오늘날의 화려한 라스베이거스를 꿈꾸는 과정이라는 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1단계 희로애락을 놓고 세종시의 미래를 조급하게 가늠해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각종 시설 등에서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뼈와 살의 구조가 잘 갖춰져 자족 기능을 이어간다면 1940년대 플라밍고 호텔이 아닌 지금의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처럼 명품행복도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