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MB 그렇다쳐도 朴정부는 출범 후 첫 예산안인데...
2013-12-17 08:45
작년엔 레임덕ㆍ대선 영향 컸지만
올핸 임기초…朴리더십 흠집 우려
올핸 임기초…朴리더십 흠집 우려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31일 자정을 넘길 조짐이다. 정치권이 민생은 뒷전인 채 대립만 일삼으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 문제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최근 정부 예산안은 국회 파행으로 법적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기는 게 관례가 됐다. 지난 2003년 이후 11년째 예산안 처리시한을 지키지 않은 국회는 올해도 예산안을 놓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지난해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31일을 넘기며 2013년 1월 1일 새벽 6시에 극적으로 예산안이 통과됐다. 지난해 뒤늦게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이명박 정부 말기 레임덕 현상과 더불어 대통령선거로 인해 정치권이 제 구실을 못한 탓도 크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내년 예산의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국회의 늑장처리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 처리 지연은 지난해와 달리 박근혜 정부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예년에 비해 여야 대립각이 갈수록 커진 데다, 정부와 국회 간 조율도 엇박자를 이루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생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에도 야당은 예산안 처리보다 특검에 매달리며 여당과 정부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소통과 협업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의 '소통부재'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예산안은 매년 법적 시한을 넘기면서 연말에 처리됐다. 올해도 이 같은 수순은 비슷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예산안 처리가 갈수록 늦어지는 것은 상당히 좋지 않다. 올해 준예산까지 거론되는 것이 불안감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예산안 처리 지연에도 잠잠했던 준예산이 내년 예산안에서 거론되는 게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된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인 셈이다. 그만큼 이번 예산안 늑장처리가 향후 정부 정책 행보에 쉽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외협력 부재를 꼽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 부총리까지 나서며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한 것은 국회와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지난 세법개정안이나 이번 예산안 모두 야당과 충분한 조율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소통을 강조하는 정부가 중요한 정책에 대해 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이 아쉽다. 대외협력 창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는 오는 28일과 30일 예산안 처리와 관련, 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기간에 처리되지 못하면 31일로 넘어가게 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됐지만 경직됐던 여야 분위기가 좋아진 만큼 속도를 내고 있다"며 "연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