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민영화·불법파업 여부로 갑론을박… 사태 점입가경
2013-12-16 18:28
철도 민영화를 놓고 여전히 정부·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며 대치하고 있다. 직위해제에 이은 고소·고발 등 정부의 강경대처에 대해 철도노조 역시 거세게 반발하면서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확산되는 철도 민영화 논란
철도파업 시작부터 촉발된 철도 민영화와 불법파업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정부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 운영회사를 코레일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민간이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코레일과 정치권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지주회사제 운영방안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향후 정관 개정 등을 이용해 지분을 민간에 넘기는 방식으로 민영화하기 위한 '꼼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 논란은 철도 노사뿐만 아니라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철도파업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여당은 철도파업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철도노조의 행동이라고 규정한 반면, 야당은 정부가 갈등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부총리, 장관, 코레일 사장, 여권이 '민영화는 절대 없다'고 했지만 노조가 막무가내로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임금의 8.1%를 인상해 달라는 파업인데도 민영화 저지를 내세우고 있어 '기득권 지키기'를 잘 나타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갈등 증폭자 노릇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중요한 것은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대한 면허 발급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여기에 고려대 재학생으로부터 시작된 대자보가 여타 대학교 및 고교로까지 확산되는 등 철도 민영화 논란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고소·고발에 대규모 집회, 대립 격화
정부와 코레일은 철도노조의 민영화 주장을 일축하며 불법파업에 대해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철도노조에서 국가경제의 동맥을 볼모로 불법파업을 하고 있다"며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전혀 명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철도파업이 계속되면서 국민에 불편을 끼치고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지만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하진 않겠다"며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더라도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파업 참가자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응 또한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코레일은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7900여명을 직위해제한 데 이어 노조 간부 190여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수사당국은 김명환 노조위원장 등 10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 강제구인에 나설 방침이다.
철도노조는 철도 생존권을 위협하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해 벌이는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것은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며 최연혜 코레일 사장을 무고죄로 고소하는 등 적법성 여부를 문제삼고 나섰다.
이들은 "국민 대다수가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이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각계각층이 참여한 원탁회의를 열고 정부가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철도노조는 사회적 대화에 나서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선거 1주년인 19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집회는 특히 같은 날 열리는 국정원 정치개입에 대한 촛불집회와 연계될 예정이어서 철도파업이 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