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조직개편 수혜에 엇갈린 평가 왜?

2013-12-16 14:54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 증권가에서 최근 삼성그룹 조직개편 작업에 중심에 선 삼성물산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최근 삼성물산이 지분을 취득한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평가 우위를 실적과 삼성 지배구조 개편 가운데 어디에 둘 것인가와 맞닿아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개 증권사가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매입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부정적 또는 중립적'이라는 의견을 냈고 미래에셋증권, NH농협증권, 이트레이드증권은 '긍정적'이란 평가를 냈다.

삼성물산은 지난 13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09%를 매입해 보유지분이 7.81%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최대주주인 제일모직(13.1%) 에 이어 삼성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가 됐다. 같은 날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중공업은 삼성카드 지분 5.81%를 삼성생명에 넘겼다.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이 부정적이라는 쪽은 엔지니어링의 부진한 실적을 주목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개별재무제표 기준 누적 3분기(1~9월) 영업손실이 312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6조725억원, 7896억원이다. 3분(7~9월) 기준으로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2489억원, 7324억원에 달한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의 단기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 투자지분 가치 하락과 유상증자를 비롯해 추가 자금지원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은 득실이 모두 만만치 않아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4분기 흑자전환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물산의 이번 지분 매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은 삼성의 조직개편에 따른 장기적인 수혜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지난 8월 초 삼성물산이 주식 매입을 처음 공시한 이후 이 회사 주가는 현재 20% 가까이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지분 정리가 업종별 지배구조 단순화란 점을 들어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추가 지분을 매입,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서 주목할 점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버랜드, 삼성SDS)의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이라며 "삼성물산은 에버랜드와 삼성SDS 지분을 각각 1.48%, 17.1%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승민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매입은 삼성카드 지분 매각 이슈와 함께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삼성물산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으로) 삼성물산이 영업과 관련있는 자산을 보유하게 됐고 저평가된 보유 계열사 주식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주사를 분석하는 증권사는 이번 삼성 조직개편 과정에서 삼성물산을 주목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대부분 삼성그룹 계열사를 나눠 소유하고 있고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 지배구조 변환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차후 삼성은 LG그룹과 같은 지주회사 분할이나 제일모직과 삼성석유화학 합병 이슈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