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회장 자해 소동 몰고 간 ‘의료민영화’ 득과 실
2013-12-16 11:34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영리병원과 원격의료 등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에서 자해소동을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의협 회원 1만여명(의협 추산 2만여명)이 참석했다.
노 회장은 이날 대회사를 낭독하던 중 "정부가 의료를 살리겠다면서 의료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면서 칼로 왼쪽 목 피부를 10㎝ 가량 그었다.
의협은 ‘전국 11만 의사의 대투쟁 결의문'을 채택하고 "정부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 정책을 의사들에게 강요하면서 의사들의 주장은 외면하는 일방적 관치의료를 하고 있고,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의료는 중단될 것"이라며 앞으로 진료 거부 등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 새 의료서비스 시장 창출 vs 건보제도 붕괴
영리병원은 말 그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인이다.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투자 받아 병원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주식회사 형태의 병원을 말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자로, 의사와 비영리법인만을 인정하고 있다.
영리의료법인이 도입되면 누구나 제한 없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게 되고, 수익을 얻기 위해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려 노력하거나 병원을 고급화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반면에 의료비 상승과 같은 부작용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동안 정부와 산업계,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료서비스 시장 창출을 위해 영리병원 도입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보건의료 및 시민사회단체는 영리병원 도입이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 진흥원 "보건의료 악영향" ㆍKDI "건전한 경쟁 증진"
앞서 정부는 2009년 5월 영리의료법인과 관련한 객관적 검증자료 도출을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용역을 공동 발주했다.
이를 통해 복지부는 2010년 말 진흥원과 KDI가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는데, 두 기관이 도입 필요성을 놓고 서로 상반된 결론을 내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진흥원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도입할 경우 산업적 측면에서는 기대효과가 있지만 보건의료 체계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진흥원은 연구보고서에서 “단순히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관 운영환경으로 영리병원 도입의 필요성을 결론 내리는 것보다 외국의 사례 및 국내외 차이 분석, 도입 효과 분석,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에 도입 필요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보건의료체계에서 큰 부작용 없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지난 소기의 목적과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의 다양한 유형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KDI는 향후 정책목표를 ‘의료서비스 산업의 선진화’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의료서비스 산업의 전반적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시장매커니즘이 소비자를 지향하도록 소비자의 판단능력과 선택수간을 강화시키는 보완장치 마련이 중요하고 이런 조건에서 공급자의 자유로운 경영시도와 경쟁할 필요가 있다”며 “영리법인의 도입범위를 한정하거나 유형을 제한한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은 건전한 경쟁을 증진하고 시장이 국민의 선호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긍정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어 공급자의 다양한 비즈니스 시도를 억누르는 모호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의료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해 해외 환자 유치 사업이나 호텔업, 장례식장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고용을 늘리고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자는 법안으로 간주했다.
이에 의협 비대위는 "의료기관이 진료가 아닌 부대사업으로 돈벌이에 나서라는 기형적인 제도"라며 "의료민영화는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전초전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병원이 지금보다 더 수익추구를 하게 되면 국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병원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병원임대료, 의료기기 리스료, 약 구입료 등의 상승이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동네의원의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되면서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악화시키는 등 거대병원의 의료시장 독점을 강화해 의료양극화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