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꺼지지 않는 최저임금 논쟁
2013-12-15 03:57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워싱턴DC 수도권지역 한인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는 주부 김 모씨의 시간당 임금은 3달러가 채 못된다.
남편 없이 혼자 자식 둘을 키워야 하는 김씨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던 차에 주변의 권유로 식당 일을 시작했다.
미국은 팁 문화가 발달해 있어 식당에서 받는 임금은 적어도 팁 수입이 제법 된다는 소리에 망설임 없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미국에 살고는 있지만 미국인들과 달리 팁에 인색한 한인들의 호주머니에서는 돈이 나오질 않았다.
식당 주인에게 임금을 올려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싫으면 나가’라는 말을 들을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미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7달러 25센트다. 법이 정해 놓은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살아야 하는 김씨는 맥도날드 같은 미국 업소로 일자리를 옮기고 싶었지만 언어장벽 때문에 그냥 지금의 식당에 눌러 앉아 있기로 했다.
업주는 업주대로 할 말이 있다. 주로 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한인식당이다 보니 찾아오는 손님 수는 제한적이고 그만큼 수입도 적어 종업원들에게 임금을 넉넉히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당 2-3달러밖에 안되는 임금이 위법인줄 알지만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그나마 미국 업소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김씨보다 사정이 나을 것 같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어려움을 호소 하고 있다.
요즘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 종업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갖고 지금과 같은 죄저 임금으로는 더 이상 생활하기가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 최저임금을 10달러 10센트로 올리겠다는 발언을 하자 이같은 임금인상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불경기가 장기화 되면서 개인 산업 부분에서 임금삭감이 나타나고, 평균 임금 인상률은 인플레이션 비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미한 임금 인상폭이 경기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2009년 6월 이래 주당 실질임금은 연평균 0.3% 인상된 반면 실질 생산성은 연 1.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얻은 수익은 대부분 경영진 등 고용주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와 반대로 정치권에서는 임금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공화당은 저임금 인상은 고용감소라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고용주의 고용의지를 꺾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연간 3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내총생산도 연간 400억 달러가 감소할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9월 2016년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10달ㄹ러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최저임금을 10달러까지 올린 주가 됐다.
이 때에도 노동자들은 최저 임금인상 조치를 환영했지만 지역 기업들은 경제 회복을 막는다는 이유로 반대의 뜻을 보였다. 기업인들은 ‘캘리포니아 기업은 이미 지난 3년간 비용 증가로 고통받았다’며 ‘임금마저 높아진다면 기업 경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연방 정부의 최저임금 기준을 현재 시간당 7.25달러에서 9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좌절됐다. 민주당이 최저임금을 10달러 10센트로 올리는 법안을 하원에 상정했지만 공화당 출신 하원의장이 반대해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DC 시의회는 지난 7월 월마트 같은 대형할인점은 시간당 임금을 12달러 50센트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월마트 측이 입점하지 않겠다고 버티자 시장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은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DC 시의회는 2016년까지 최저임금을 11달러 50센트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렇게 계속되는 최저임금 문제가 어떻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