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中 공략, 요란하거나 은밀하거나
2013-12-15 18:02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국내 유통업체들의 중국 시장 공략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거점확보ㆍ매장확대 등 국내와 큰 차이 없이 일관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업체들과는 달리 패션ㆍ아동업체들의 전략은 극과 극 차이를 보인다.
◆ 더 크게 더 화려하게 VS 모르는 사이 조금씩
이랜드는 지난 7일 자사의 SPA 브랜드 스파오 1호점을 상하이에 오픈했다. 스파오는 오픈 당일부터 소비자들이 몰리며 첫 달 매출목표의 1/3을 단 3일만에 달성했다. 많은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중국 공안국에서 긴급 출동해 현장 정리를 했을 정도다.
스파오 상하이점의 경우 4개층 규모로 매장 크기는 3500㎡(1000평)을 훌쩍 넘어선다. 이랜드는 14일 베이징에 선보인 2호점도 2000㎡의 초대형 매장으로 마련하는 등, 랜드마크적인 매장으로 확실한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이랜드의 자신감은 그간 중국 시장에서 다져 온 데이터와 노하우에서 기인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어떠한 글로벌 업체들보다 중국 고객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무기"라고 말했다.
중국이랜드가 2년 연속으로 중화자선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 브랜드로서 현지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혔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중견 패션기업들의 중국시장 공략은 사뭇 다르다.
이들 업체의 전략의 공통점은 결코 크지 않은 규모로,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점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ㆍ제조자개발생산(ODM) 의류 전문생산업체로 유명한 한세실업은 지난 2011년 100억원에 인수한 유아용품업체 드림스코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11년 40개 매장으로 시작한 드림스코는 지난해 100개 매장, 550억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한세실업은 드림스코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성장을 통해 패션부문 및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차이나머니의 유입으로 자본 잠식이 우려됐던 아비스타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오히려 경쟁력을 갖추며 중국 시장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아비스타는 중국 디샹그룹과의 합자회사를 앞세워 BNX, 카이아크만 등 브랜드 론칭 및 지속적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 쇠뿔도 단김에 VS 연착륙 우선
락앤락은 지난 3월 영ㆍ유아용품 브랜드 헬로베베를 출시하며 50조 규모의 중국 유아용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금껏 중국 시장에서 쌓아 온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각종 유아용품을 할인마트 등 주요 유통점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헬로베베는 시중에 유통 중인 기존 제품들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도시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후에도 고급화와 차별화 전략 방침을 고수할 계획이다.
반면 업계 선배격인 보령메디앙스의 중국 시장 공략법은 매우 조심스럽다. 보령메디앙스는 이미 2002년부터 중국에 진출해 2008년에는 약 100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현지법인 설립해 직진출 한것은 지난 6월의 일이다.
앞으로도 서두르지는 않을 계획이다.
윤석원 보령메디앙스 대표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현지화'된 제품을 선보이는 게 우선"이라며 "당장의 가시적인 매출 증가보다는 사업 안정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에서 브랜드파워 갖춘 이랜드나 락앤락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 달리 아직 중국시장이 낯선 중견기업들은 속도보다는 확실함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