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 싶어요"
2013-12-11 17:17
희귀난치성질환 앓으며 수능에 도전한 조연우군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저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학업에 도전하는 분이 있다면, 저의 사례가 꼭 힘이 되길 바랍니다."
뒤시엔느 근이영양증(진행성 근육병)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조연우(22)씨는 안구마우스를 이용해 게시판에 천천히 글을 적어 내려갔다.
안구마우스를 후원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 감사의 글을 전하기 위해서다. 조씨는 안구마우스를 활용해 수능에 도전, 지난 10일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씨는 말하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이 많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뒤시엔느 근이영양증은 유전병의 하나로, 골격근이 차차 쇠약해져 몸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조씨는 근육 쇠약, 근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보조인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허리, 발목 등에 통증이 있어 독립적인 보행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수능이란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남들보다 몸이 불편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조차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불편했던 점을 묻는 질문에 조씨는 "특히 3.5인치의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강의를 듣거나 책을 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확고한 열정은 그를 결국 대학의 문턱으로 바래다줬다. 조씨는 강한 의지와 헌신적인 도움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검정고시를 통해 졸업했고 원하는 대학 입학을 위해 남들보다 배로 노력했다.
특히 그는 수능을 앞두고 후원받은 안구마우스를 활용해 EBS 동영상 강의 등을 꾸준히 시청했다. 안구마우스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따라 컴퓨터 커서가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는 장애인용 특수장비로, 조씨는 이 장비를 통해 밤낮으로 공부했다.
수능 당일, 그는 힘든 몸을 이끌고 특수학교 시험장을 찾아가 직접 수능을 치렀다. 조씨의 어머니는 "몸이 남들처럼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걱정이 되지만, 본인 스스로 의지가 너무 강해 학업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강한 의지로 수능을 치른 조씨는 결국 대학 합격이라는 결과까지 얻었다. 조씨는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대학 입학 후 평소 관심이 많았던 영어 공부를 보다 열심히 하고 싶다.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부터"라고 밝혔다.
조씨를 후원하는 생보사회공헌재단 관계자는 "조씨는 학습의지가 강해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조씨의 귀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대학 진학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생보사회공헌재단은 조씨와 같은 희귀난치성질환자 지원사업, 어린이집건립 및 보육사업, 저출산해소 및 미숙아 지원사업, 자살예방 지원사업, 저소득 치매노인 지원사업, 사회적의인 지원사업 등 6개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