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내년 하락 전망 우세… “정제업 적자생존기”
2013-12-10 14:45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내년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비전통 석유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고, OPEC의 산유량 유지, 이란 핵협상 타결 등의 소재가 유가 하락요인으로 분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OPEC 정례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내년 상반기 산유량을 현재 수준인 3000만b/d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현재의 원유수급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가에서다.
반면, 핵협상을 잠정 합의한 이란 석유부 장관은 경제제재가 완화되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지는 상황이 오더라도 증산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이라크도 증산 입장을 밝혔으며, 리비아도 대규모 파업 및 수출터미널 봉쇄 등으로 불안정한 원유 수출량을 늘리겠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영향으로 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미국 셰일오일의 공급이 증가되고 있는 것이 유가하락이 불가피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미국이 셰일오일 등 비전통 석유인 타이트오일 생산 증가에 힘입어 2020년경에 1100만b/d의 석유를 생산,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제1위의 석유 생산국으로 등극할 것을 전망했다.
이에 세계 주요 분석기관들도 내년 상반기부터 유가가 하락할 것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 캠브리지연구소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올 평균 배럴당 104.95달러에서 내년 1분기 102.02, 2분기 100.65 달러로 떨어져 하반기에는 90달러대로 추락할 것을 예측했다. 세계 에너지센터도 북해산 브렌트유가 올 4분기 109.70달러에서 내년 100달러 초중반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에너지 정보청은 서부 텍사스산 유가가 올 평균 97.74달러에서 내년 상반기 95달러대로 하락해 내년 평균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하락은 국내 제조업이나 운수업의 원가 및 공정 연료비 하락으로 도움이되지만 정유업계는 불리하다. 실제 각국의 정제시설은 최근 부진한 정제마진 탓으로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다만, 중국 시노펙 정제시설의 송유관 폭발사고와 일본의 휘발유 생산 감소 등 경쟁관계에 따라 단기적으로 국내 정유사에 유리한 정황들도 상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증가하면 원유는 내리더라도 제품가격은 올라 정제마진은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과 중동지역 정제설비 신증설로 인해 개선 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장 전문가는 “세계 각국의 정제시설 고도화로 인해 중질유종의 가격이 오르면서 경질유종과의 가격차가 축소되고 있다”며 “고도화 투자 대비 수익성을 낮출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정제부문에 충격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산 비전통석유가 국제시장에 대량 유입되면서 정유사간 판매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글로벌 정제시장이 적자생존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