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정관-안행부 김국장-서초구 조국장 삼각 미스테리

2013-12-05 14:45
청와대, 사건 파장 예의주시…야권, "청와대 해명은 꼬리자르기" 공세

아주경제 주진 기자=청와대는 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 군의 인적사항을 불법 열람하도록 한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을 소환조사함에 따라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조 행정관의 행위를 외부인사의 청탁을 받아 실행한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면서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이 “개인적 일탈이라는 청와대 해명은 꼬리 자르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의 특검 요구를 거듭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4일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결과 조 행정관은 인척 관계인 안전행정부 소속 김모 국장의 부탁을 받은 뒤 지난 6월1일 평소 친하던 서초구청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에게 요청해 채군의 인적사항 등을 불법으로 확인,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인 김 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난 관계가 없다. 조 행정관과 친하게 지내는 관계지만, 내가 검찰이나 청와대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개인적으로 그날 통화를 한 건 맞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통화한 것이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김 국장은 특히 “4일 오전 청와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면서 “아니라고 해명을 했는데도 청와대가 그렇게 발표를 한 것”이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김 국장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업무에서 배제돼 3월23일 ‘원부서 복귀’ 전출 명령을 받았고, 3월28일 안행부로부터 대기발령 명령을 받았고, 5월1일 자로 보직을 받아 출근을 재개했다고 설명하면서 김 국장의 배후에 현 민정수석실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 국장이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서류상 청와대 직원이었을 뿐이고, 이런 경우 통상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가끔씩 들어가 인수인계를 해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 국장도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결국 조 행정관과 안행부 소속 김모 국장,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의 삼각관계와 함께 누가 김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을 알아보도록 지시했는지 배후를 밝혀내는 것이 이 사건을 풀 열쇠다. 

우선 조 행정관과 김 국장, 서초구청 조 국장의 공통 분모는 이명박 정부 때 핵심그룹인 속칭 ‘S라인’이라는 점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조 행정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사무관으로 청계천 복원추진본부 조경팀장과 환경사업팀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로 들어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 총무비서관 아래에서 시설팀장을 맡았다.

안행부 김 국장은 경북 영천 출신으로 지난 정권 말기인 지난해 12월10일 옛 행정안전부에서 파견돼 공직기강팀 검증팀에서 올해 5월까지 근무했다.

서초구청 조 국장 역시 서울시 6급 주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행안부로 자리를 옮겼고 다시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국정원으로 파견을 갔는데 5년여 만에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원 전 원장의 측근 중 측근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핵심인 ‘영포라인’과 ‘S라인’이 원 전 국정원장을 구명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은 조 행정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직속이라는 점을 내세워 청와대의 ‘채동욱 찍어내기’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 청와대가 서둘러 조오영 행정관과 안행부 김 모 국장의 책임으로 발표함으로서 검찰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로 모든 게 밝혀질 것”이라고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번 일로 가까스로 정상을 되찾은 정국이 또다시 여야 간 대치 정국으로 가게 된다면 경제활성화ㆍ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12월 임시국회가 다시 공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을 두고 국민의 의구심이 커진다면 자칫 야권의 특검 도입 주장에 여론의 힘이 실리게 되고, 정권의 정통성 논란이 재점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