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건설업과 서민경제

2013-12-03 17:38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최근 몇년 동안 취업난이 아닌 적이 없었다. 해가 지날수록 추워지는 겨울날씨처럼 체감 정도가 심해졌을 뿐이다.

어렵지 않은 산업도 없다.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건설·조선·해운업 등은 늘어나는 부채나 적자 소식이 어색하지 않다.

사정이 좋지 않자 기업들은 신규 채용 인원을 줄이는 추세다. 기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건설공사 인부 등 소위 블루칼라로 대변되는 서민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건설·부동산·임대업 종사자 수는 지난 10월 말 현재 223만명으로 조사됐다. 이를 근로자 한 명당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전체 국민의 5분의 1 수준인 900여만명이 부동산 관련 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반면 잇단 적자행진에 올해 대형 건설사들의 순이익 규모는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수주액 또한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감소세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누적실적은 59조1154억원으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해외 수주에서 선방했다고 해도 현지 인력을 활용해 공사를 진행하는 까닭에 국내 현장 노동자 고용창출과는 거리가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체 건강하고 의지만 있으면 공사현장에 뛰어들어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며 "그러나 근래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공사 자체가 줄어들어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건설·부동산시장이 살아나야 하는 이유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서민의 '생계'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정부와 건설업계, 특히 국회가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