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금융개혁의 시험무대로 불리는 상하이 자유무역구가 개인의 위안화 해외 투자를 허용하기로 하는 등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중국 신징바오(新京報) 등 현지 언론 3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30개 조항으로 이뤄진 '상하이 자유무역구내 금융지원에 대한 의견'을 통해 ▲위안화 역외 사용 ▲자본계정 태환 ▲금리 자유화 ▲외환 관리와 관련한 네 가지 주요 개혁 내용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는 '자본계정 태환' 부분으로 평가됐다. 의견에 따르면 중국은 상하이 자유무역구내 주민이 개설한 위안화(혹은 외환) 자유무역 계좌는 해외 개설한 계좌와 마찬가지로 역외 금융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비록 ‘조건이 무르익으면’ 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향후 계좌내 위안화와 외국 통화간 자유로운 태환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중국 외환관리국은 주민 1인당 매년 환전가능 액수를 최대 5만 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자유무역구내 조건에 부합한 거주민에 대해서는 증권ㆍ채권을 비롯한 해외투자를 허가하기로 했다. 그동안 개인은 해외 직접투자가 불가능하며 적격국내투자기관(QDII)만 통해서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상하이 자유무역구내 거주민은 QDII의 제한을 받지않고 자체적으로 해외투자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상하이 자유무역구내 QDII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셈. 

이밖에 자유무역구내 입주기업의 업무 필요에 따라 자사 해외법인으로의 역외 대출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내 외국계기관의 투자대출 제한도 완화하기로 했다. 의견에 따르면 상하이 자유무역구에 입주한 외자기업의 상하이 증권ㆍ선물거래소 투자거래를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동안 해외투자자는 중국 본토 주식ㆍ채권에 투자하려면 적격외국인투자기관(QFII)나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기관(RQFII)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외국인도 상하이 자유무역구를 통해 직접 중국 본토 증시나 선물투자가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역으로 상하이 자유무역구내 입주한 중국계 기업의 해외 증권·파생상품 투자도 허용할 전망이다.

이밖에 입주한 외국계법인의 해외 모회사의 중국 본토내 위안화 채권발행도 허용하기로 했다. 루정웨이 싱예은행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기업도 위안화 채권 발행이 가능해진다”며 “이는 곧 딤섬펀드(위안화 표시 채권)의 발행지를 홍콩에서 상하이로 옮겨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신(中信)증권은 “향후 상하이 자유무역구내 위안화 유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국 위안화 국제화 행보를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위안화 자본계정 항목에서는 획기적인 내용이 공개된 반면 금리시장화 부분 개혁은 양도성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허용하고 소액 외환에 대한 예금금리 상한선만 철폐하는 것에 그쳐 위안화 예금금리 상한선 철폐는 언급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날 발표된 조치는 정책이 아닌 의견으로 구체적인 세칙과 시행 시기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는 이와 관련한 각종 제약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향후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상하이 자유무역구내 등록된 금융사는 모두 47곳으로 이중 9곳은 중국계 은행의 분행, 12곳은 외국계 은행 지행, 7곳은 자산운용사, 2곳은 거래플랫폼, 나머지 1곳은 지불결재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