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정감어린 남천의 '매난국죽'展 노화랑서 4일 개막
2013-12-02 16:28
단순하고 담백한 고 송수남화백의 수묵화 90점 전시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남천(南天) 송수남(1939∼2013)의 ‘사군자’전이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4일부터 열린다.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했던 그는 1980년대 수묵화 운동을 주도하며 한국 화단을 풍성하게 했다.
이번 전시는 노화랑 노승진 사장이 '매 난 국 죽'으로 나눠 그의 수묵화 90점을 선보인다.
말년에 잠시 외도한 생기발랄하고 두둑한 꽃 그림과는 달리 몇번의 붓질로 대상의 본질을 잡아낸 '감필'맛이 빛난다.
사군자의 품새가 단순하고 담백하다.
화려하지도 않다. 기술적으로 흥청거리지도 않는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무심한 듯 하면서 정감이 베여나오는 면은 인간 남천을 그대로 보는 느낌"이라며 "그가 그린 사군자를 보면 다른 수묵화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그의 솔직하고 담백한 인간미를 대하는 듯하다"고 전시서문에 적었다.
문인사대부들이 심심파적에 다루는 것이 사군자라고 하는데 남천도 본격적인 수묵화를 다루는 틈틈이 잠시 생각을 고를 때 새군자를 그렸다. 자신의 시름을 달래기위해서, 감정을 다스리기위해서 그렸다고 한다.
실제 전시에 나온 그림도 그렇다. 6년전 노승진 사장이 남천 작업실을 방문했을때 발견한 그림들이다.
"방에 들어서니 벽에는 수많은 수묵화가 압정에 꽂혀있더군요. 당시는 화려한 꽃그림으로 다시 주목받을때였죠."
수묵이 너무 좋아서 욕심이 났다. "이 그림 다 살게요." "얼마 주려고~". 그렇게 120점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일찍 갈줄은 몰랐다.지난 6월8일. 75세인 남천(사진)은 급성폐렴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상태가 악화해 영면했다.
남천은 전통 수묵화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토대로 현대적 조형성을 추구하며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했다가 4학년 때 동양화과로 옮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80년대 미술시장에서 그의 인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스웨덴 국립동양박물관 초대전을 비롯해 30여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도쿄국제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타이베이 국제현대수묵화전 등 국제전에 참여하며 한국화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 10월 정부는 남천에게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노화랑 노승진 사장은 "이번 전시에 나온 남천의 사군자는 생전 소탈하고 격의없는 그의 웃음이 그대로 사군자에 녹아있어 보는 이들에게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한다"며 "현란하고 복잡한 마음을 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수묵의 묘미인 흑백의 농담이 주는 여유와 안정을 선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18일까지.(02)732-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