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계약은 전세 실제론 반전세"…눈물의 이면계약

2013-10-22 07:43
"월세전환율 7~8% 불구 실제로 12% 챙겨"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1. 서울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46)씨는 현재 반전세(보증부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 2년 전 전셋값이 3억5000만원 선일 때 2억9000만원으로 전세계약을 한 뒤 집주인에게 매월 30만원씩 추가로 보내주고 있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2억9000만원의 전세계약으로만 돼있을 뿐 월세에 대한 내용은 없다.

#2. 서울 신림동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27)군은 최근 전세 재계약 시점에 전세보증금 5500만원짜리 집을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5만원짜리 월세로 재계약했다. 집주인이 월세를 원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평균 월세전환율인 7.8%로 계산해보면 전셋값에서 보증금 1000만원을 제외한 4500만원을 월세로 전환할 때 월세는 29만2500원이지만 이군의 집은 12%에 달한다.

전월세난이 심화되면서 집없는 세입자들의 설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전셋값 상승폭이 줄어들고 월세전환율 역시 7~8%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이면계약이나 구두계약으로 전세계약 후 월세를 추가로 받거나 과거 고금리 시대에 관행처럼 굳어져 버린 연 12%(보증금 1000만원당 연 120만원, 월 10만원)가 적용되는 곳도 많다.

계약서 상으로 전세계약만 돼있다면 실제 월세를 줄 의무는 없다. 그러나 요즘처럼 전세난이 극심한 시기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양천구 목동 U공인 관계자는 "최근 재계약한 집들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올려받기보다 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전세 역시 월세지만 계약서를 따로 쓰지 않고 기존의 전세계약서를 유지한 채 인상분에 대해서만 따로 월세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공인중개사들은 해당지역의 전셋값이 올랐음에도 시세보다 낮은 전셋값으로 계약하는 경우 집주인의 의사에 따라 추가로 월세를 주고있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아파트보다 원룸·투룸 등의 주택에 주로 살고 있는 저소득층의 월세부담이 더욱 높은 것도 문제다.

서울시가 공개한 3분기 월세전환율은 평균 7.8%였다. 그러나 보증금 1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8.4%에 달하고, 3억원 초과 주택은 6.0%에 머물러 저가 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가 비교적 공개돼 있고 비교군이 많은 아파트와 달리 다가구·다세대·연립 등 주택의 경우 월세전환율이 평균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 적용되던 '보증금 1000만원당 월세 10만원'의 법칙이 관행처럼 굳어진 것이다. 특히 원룸·투룸 등 소형주택의 경우 월세전환율 12%(1000만원당 연 120만원)인 곳이 많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전세보증금이 1억원을 넘어가는 경우에는 월세전환율에 따라 월세가 수십만원까지 차이날 수 있어 통상 6~8% 선에 맞춰지지만 그 이하의 소형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정하는 대로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실제 전월세시장에서 정부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사례가 집주인들의 탈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씨의 사례처럼 집주인이 전세계약을 시세보다 낮게 계약하고 이면계약 또는 구두계약으로 월세를 받는 경우는 집주인이 3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 세법상 부부합산 3주택 이상 소유자의 보증금 총액이 3억원을 넘는 경우 3억원 초과 보증금의 60%에 1년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 과세하고 있다.

또 월세 소득 역시 원칙적으로는 신고해야 하지만 많은 집주인들이 이를 기피하고 있다. 특히 임대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떼는 상가나 사무실과 달리 주택의 경우 일일이 검증할 수 없어 자진신고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진범식 세무사는 "국민 통념상 전문 임대사업자가 아닌 집주인들은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있다"며 "세무당국에서 일일이 대면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