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체인지 코리아(Change Korea)-2>“벤처(Venture) 육성·엔젤투자 불씨 살려야”

2013-10-22 06:01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혁신 기술을 근간으로 한 벤처기업의 탄생은 높은 고용창출과 고성장,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 올려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도약을 가져올 수 있는 성장동력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8년 이후 현재 국내 벤처기업 6만3314개사 가운데 매출 1000억원 이상 경영성과를 나타낸 기업은 416개사다. 이는 전년보다 35개사가 늘어난 숫자로 경영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꾸준히 매진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경제의 혁신성과 유연성을 높이고, 고용이 창출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벤처기업의 평균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25.5명이다. 정규직이 23.4명으로 비정규직(2.1명)을 압도한다. 일반 중소기업의 평균 근로자 수 3.9명의 6배에 달한다.

올해도 벤처기업의 76%가 평균 3.2명을 신규 채용할 것으로 조사돼 6만3000여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기업은 성장이 빨라 대기업보다 일자리 창출 여력도 크다는 게 강점이다.

2011년 벤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13.9%로 대기업(13.1%)과 일반 중소기업을 웃돌았다. 경기침체에도 2007년 이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창조경제를 내세워 경제성장의 틀을 새롭게 짜려는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이 벤처에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셈이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벤처·창업 활성화 대책' 이 과연 '제2의 벤처 열풍'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일단 정부가 벤처 육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업계 분위기는 한결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창조경제 붐을 타고 엔젤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면서 지난 9월 국내 엔젤투자자 수는 4300여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2200여명)대비 100% 증가한 수치다.

코스닥 공모주 시장에서도 훈풍이 불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새내기주 중 70%이상이 공모가를 웃도는 주가를 기록 중이다. 새내기주들의 선전은 시중 부동자금을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유도하고 있다.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파수닷컴은 지난 18일 상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코스닥 시장에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파수닷컴의 공모주 청약은 45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으며 이번 IPO로 92억원을 조달해 신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에 사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벤처기업의 숫자와 벤처지원자금의 집행규모 등 외연 확대에 치중하면 또 다시 과거 벤처 1세대와 같은 실패를 거듭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2000년대 초 눈먼 돈이 벤처버블로 이어져 겪었던 경제적 고통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것.

정부 정책은 벤처 생태계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정부는 공정한 시장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 이러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벤처 1세대의 실패를 교훈삼아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담아 내놓은 '벤처 1세대 활용 및 재기 프로그램 추진계획'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번 성패를 겪은 사람, 그래서 제대로 아는 벤처 1세대들이 멘토로 나서는 것이야말로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병기 선임연구위원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술혁신의 벤처기업을 활성화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특히 제조업보다 장벽이 높은 서비스업의 진입규제를 낮춰서 이분야 벤처의 성공사례가 나와준다면 건전한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이 몰리는 선순환 생태계 구조가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