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료일이 방빼는 날?…전세제도 '안락사' 시작

2013-08-22 07:47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 증가세<br/>전세 위주의 대책에서 벗어나 월세전환 유도 필요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1970년대 농촌 젊은이들이 대거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당시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대를 맞아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밀려든 것이다.

이 같은 이농현상은 여러 가지 세태를 만들어냈다. 도시 공장지대 곳곳에 판자촌이 들어섰고,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는 2부제 수업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또 하나의 세태가 바로 주거형태에 '전세'라는 방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논과 밭을 팔아 도시로 온 이들은 목돈으로 집을 빌려 주거공간을 마련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집을 투자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자금조달의 한 방식으로 전세제도가 일반화됐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는 주거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과거처럼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또 저금리 기조 속에 은행 예금금리도 재테크 수단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다. 대신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소유한 주택을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7월 전·월세 주택 거래량 83만6637건 중 월세 주택은 32만5830건으로 38.9%를 차지했다. 국토부가 월세 거래량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월세 방식의 주거형태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진단,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8일 전월세난 안정과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한다. 가을 이사철이 오기 전에 전세 폭등을 막기 위한 긴급 처방전으로, 현재 다각도에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방안은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이 한데 묶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특히 과도기를 맞은 '전세의 월세 전환' 시대를 고려한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월세의 소득공제폭 확대다.

전월세 소득공제 한도를 연간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전세상품보다는 월세상품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미 은행들이 월세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지만 판매는 아직 저조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월세상품 대상 주택을 확대하고 보증 대상자 기준을 넓혀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나 정부는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전세보증한도 확대 등 여전히 전세대출 쪽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대출을 더 확대하는 것은 주택거래량 증가보다 전셋값을 더 올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월세에 대한 세제를 완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을 민간 임대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확실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장은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민간 임대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는 만큼 월세 전환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아직 우리는 월세시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며 "공공임대의 전세 비중을 늘리고 3주택자의 전세보증금 과세를 낮춰 전셋값을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