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기 구가중인 한중관계…곳곳에 암초 숨어있어

2013-08-21 14:07

지난 6월 중국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사]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공산당 서열 4위인 위정성(兪正聲)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 겸 정치국 상무위원은 지난 19일 이수성 전 국무총리를 대표로 한 제13차 한중지도자포럼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양국이 다양한 영역에서 실속있는 협력을 계속 발전시켜나가도록 하자”고 발언했다.

중국 지도자들의 한반도 비핵화실현에 대한 언급은 우리나라로서는 고무적이다. 중국의 정치인들이 지속적으로 한반도비핵화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은 북한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하며, 이는 우리나라가 원하는 바다. 이날 한중지도자포럼 대표단과 위정성 주석의 만남은 무척이나 화기애해했다고 한다. 현재 정치외교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밀월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양국관계가 항상 평탄할 수는 없다. 잠시 수면아래로 가라앉아있는 지뢰들이 언제 떠오를지 모르며, 이들을 잘 헤쳐나갈 때에야 비로소 한중관계가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의 이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중국은 그동안 비핵화를 기본 입장으로 견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 6월 한중정상회담이 채택한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한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발자국 더 나아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 두 정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의 합의는 ‘북핵 불용’까지는 닿지 못했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북한의 핵폐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의 핵무기도 함께 지칭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는 핵무기가 없지만 미국의 핵우산이 있다. 북한도 핵을 폐기하고 동시에 미국의 핵우산도 제거되는 게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를 지속하는 지금 상황에서 한반도비핵화는 북핵폐기에 무게중심이 쏠려있다. 중국의 관영언론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우려하면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정치인들 역시 북핵문제에 대해 예전과 달리 강경한 목소리를 낸다. 북핵폐기를 두고 한국과 중국은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북핵폐기가 가시권에 들어오거나, 그와 관련된 협상이 시작되려 할 때 미국의 핵우산을 두고 한중 양국은 한차례 홍역을 치를 수 있다.

◆또하나의 지뢰 탈북자

탈북자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게도 민감한 문제다. 탈북자문제가 불거질때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권단체들의 중국규탄 시위가 이어지는 등 몸살을 앓는다. 중국정부 역시 탈북자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국의 인권운동가나 정부뿐만 아니라 서구세계 매체들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은 북에 송환되는 탈북자들이 비참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변함없이 탈북자들을 조용히 북으로 송환시키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1300km에 이르는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다. 국경지역의 경비태세는 알려진 것처럼 그리 촘촘하지도 않다. 중국정부가 탈북자를 송환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면 대규모의 북한주민들이 목숨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으려고 할 것이라고 중국측은 판단하고 있다. 대량 탈북사태는 지역내 긴장을 높이며 북한내 급변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중국은 탈북자들의 처지를 알면서도, 반인권국가라는 오명을 무릅쓰고 탈북자들을 지속적으로 북송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연성이 발휘될 공간도 있다는 게 외교당국자들이 설명이다. 때문에 탈북자문제에 있어서는 조용한 외교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향후 또다시 중국이 탈북자를 북송하는 사례가 공개되면, 국내에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레 반중정서가 불러일으켜질 것이다.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정부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지도자간 교류 확대

한중 양국은 지난 21년동안 경제문화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지만 정치와 안보 면에서의 상호 협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이는 정상과 정치 지도자간 소통 강화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 이미 지난 6월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양국의 정가에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반도 안보나 대형 경제ㆍ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 한미 정상이 전화통화를 갖고 긴밀하게 협의하는 모습을 이제는 한중 정상간에도 볼 수 있다.

또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간 대화체제가 신설됐다. 이들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나 한반도 안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외교장관간 방문을 정례화됐고 핫라인도 가동중에 있다. 또한 양국 국민간 감정을 악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였던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국 당국자간 움직임도 바빠지는 등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교류가 부쩍 늘었다.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한중관계는 밀월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위험요소도 다수 잠복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더욱 긴밀한 소통과 교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