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다롄 결국 중국으로…기술 유출 문제없나

2013-05-21 17:08
전문가들, "핵심기술 헐값에 인수, 기술력 격차 줄어들 것"

중국으로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 STX다롄 조선소 전경.
아주경제(다롄) 이재호·박재홍 기자= 중국 국유 조선업체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이 STX다롄의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술 유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조선산업에서 핵심 기술로 분류되는 엔진과 해양플랜트 기술까지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게 돼 한국과 중국 업체들 간의 기술력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조선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선박과 엔진, 해양플랜트 제조 노하우를 익히게 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점하고 있는 우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중국 조선업계, STX다롄 엔진·해양플랜트 기술 '군침'

21일 다롄시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조선그룹인 CSSC가 STX다롄의 엔진과 해양플랜트 부문에 대한 실사를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경영권 인수를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CSSC가 STX다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 업체들이 확보하지 못한 고급 기술을 대거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STX다롄이 주로 건조하는 선박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탱커선 등이다. 그러나 STX다롄은 기초소재부터 엔진, 선박, 해양플랜트까지 모두 건조할 수 있는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4척의 드릴십을 건조했으며 2011년과 지난해에 각각 2척의 해양플랜트를 건조해 인도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플랜트 생산시설과 5㎞에 달하는 세계 최장 안벽, 연간 100만t을 처리할 수 있는 강재처리 가공공장 등은 CSSC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설비들이다.

◆ 국내 조선업계 기술력 우위 '위태'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제12차 5개년 개발계획에 해양플랜트 사업 발전계획을 포함시키는 등 조선산업 관련 기술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글로벌 선사에 해운 물동량 일부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선박을 수주하고 있을 뿐 기술력 측면에서는 국내 업체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 선주들이 선호하는 고연비 선박 건조 기술도 열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STX다롄이 보유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과 엔진, 해양플랜트 제조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경우 기술력 격차가 단번에 좁혀질 수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은 중국산 배로 실어나른다는 '국수국조(國輸國造)' 원칙을 내세우며 자국 조선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해 왔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기술력까지 갖추게 될 경우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3년간 60척 이상의 LNG선을 발주할 예정이다. 중국 업체들이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을 확보하면 이 물량을 모두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CSSC가 STX다롄을 인수하게 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대형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건조 시설을 헐값에 사들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조선산업의 핵심은 건조 기술 능력"이라며 "중국이 STX다롄의 엔진이나 해양플랜트 건조 기술을 어떻게 흡수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