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사라진 '두부'

2013-03-21 17:00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유통업계와 박근혜 정부의 코드 맞추기가 계속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물가안정을 주문한 현 정부의 권유를 수용해 할인행사를 지속하고 있고, 두부를 제조하는 대기업들은 할인 행사를 전격 중단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박근혜 정부의 압박이 유통업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CJ제일제당 등 포장두부 제조 업체들이 대형마트에서의 판촉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로부터 된서리를 맞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이마트 매장에서는 이번 주부터 두부 판촉 행사를 중단했다. 롯데마트도 이달 초부터 행사가 없어졌다.

동반위는 지난 2011년 11월 포장두부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자제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장두부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점유율은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풀무원·CJ제일제당·대상은 여전히 포장두부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1+1 행사와 묶음 상품 행사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측은 지난달 말 주요 포장두부 업체에게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달 들어 두부업체들이 관련 판촉 행사를 자제하고 있다"며 "전단에 두부 행사를 싣지 말라고 요청한 업체도 있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은 초대형 할인행사도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이달 초에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3사 임원들을 불러모아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서민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가격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부당편승 인상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등 관계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22일부터 28일까지 물가안정 프로젝트 일환으로 2500여가지 품목을 최대 50%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마트는 지난달 말부터 이같은 대형 할인행사를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주요 생필품 1000여개를 최대 반값에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도 창립 15주년을 맞아 다음달 24일까지 주요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통큰 창립 15주년 행사'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달 초 대형마트 관계자들을 불러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위해 돼기고기 판매 촉진 행사를 주문했고, 이에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중점 정책이 가격안정이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의 할인행사는 당분간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