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사이드> 택시가 멈춘 ‘불편한 진실’

2012-06-21 14:48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택시업계가 요금 현실화 등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한지 24시간만인 21일 새벽 운행을 정상화했지만 위기의 불똥은 여전하다.

택시업계는 생존권 보장을 위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가 열리는 오는 10월 대규모 파업을 다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는 요금 이외에는 검토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택시 운송 노조와 택시업계가 함께 뭉쳤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보기드문 광경이다. 그만큼 택시업계의 경영난이 극에 달했고 반발은 ‘불만’을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최근 택시를 타보면 기사들 대부분 벌이가 시원치 않음을 한탄한다. 몇 년째 동결된 채 오르지 않은 택시요금으로 수입이 줄어든데다 기름값의 고공행진에 따라 LPG가격도 덩달아 올랐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차량유지비도 껑충 뛰면서 그야말로 고사(枯死)직전이라는 것이다.

한때는 퇴직 직장인들의 선호도 1위로 꼽혔던 택시업이 왜이리 곤두박질 친 것일까. 업계에 따르면 전국 택시는 25만대, 종사자는 30만명에 이른다. 하루평균 이용객은 1300만명, 연간 약 5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민의 빠른발’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렸던 택시산업은 이제 뚜렷한 사양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가용의 증가와 대리운전 호황이 택시산업의 침체를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차를 가족만큼이나 사랑(?)하는 지독한 국민성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택시수요가 계속 줄어드는데도 새로운 수요창출을 위한 고민 없이 정부나 지자체에서 오히려 증차에만 혈안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택시 25만대 가운데 5만대는 공급과잉이라는 한 연구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택시기사들은 하루에 12~16시간 운전대를 붙잡는다고 한다.

법인택시의 경우 12만원 정도의 사납금을 떼고 나면 하루 일당 벌어가기도 힘든날이 부지기수다. 그나마 좀 사정이 낫다는 개인택시도 한달에 200만원 이상의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차량 운행거리가 30~40만㎞를 넘어서도 새차로 바꿀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사들은 항상 피곤한 상태로 친절한 서비스가 우러나오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택시업계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택시연료를 LPG로 국한하지말고 다변화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이미 하이브리드, 클린디젤 등 연비가ℓ당 20㎞가 넘는 친환경·고효율 기술이 시중에 나와 있다.

친구처럼 편안하다는 일본 ‘MK택시’를 서울에서도 만나볼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