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리스크 크다" vs 선주협회 "중소선사 죽는다"
2012-02-22 21:44
(아주경제 차현정·김병용 기자) 산은캐피탈은 국내 캐피탈사 중 가장 많은 선박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 대부분이 중소선사들이다. 산은캐피탈의 정책기조가 자금 회수로 바뀌면서 해당 선사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선사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은캐피탈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산은캐피탈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며 자금 회수 원칙에 변함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산은캐피탈 "돈 떼일 게 뻔하다"
산은캐피탈이 선사 지원을 꺼리는 이유는 리스크 때문이다. 고유가와 운임 하락으로 인한 시황 악화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없다는 게 산은캐피탈의 분석이다.
산은캐피탈 관계자는 "제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다"며 "선사들의 리스크를 감당할 정도로 펀더멘털(경제기초여건)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점도 산은캐피탈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유럽 재정위기, 미국 경기침체, 신흥국 성장세 둔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과도한 가계부채, 내수 둔화, 부동산 경기침체 등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산은캐피탈 내부적으로 리스크 요인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캐피털 업계가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손해가 큰 해운업계 리스크를 떠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산은캐피탈은 개별 기업들이 대응해야 할 사안을 한국선주협회가 직접 나선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자금 상환을 일정기간 유예해서 모두 윈윈(win-win)한다는 보장만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라면서도 "도저히 가망이 없는 업체까지 나서서 원금 상환 유예를 요구하고 있어 난처하다"고 말했다.
◆선주협회 "산은캐피탈도 지원 행렬에 동참해야"
한국선주협회는 선사들을 대표해 산은캐피탈에 원리금 상환 연기 및 선박담보인정비율(LTV) 적용 유예 등을 요청했다.
선주협회 측은 세계적 불황으로 해운업계가 유동성 부족, 운임 하락, 유가 상승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금융권의 협조 없이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른 금융기관들이 선사들의 원금 상환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산은캐피탈도 적극 동참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다른 금융기관이 원금 상환 유예조치를 제안했지만 산은캐피탈이 거절해 지원을 받지 못한 선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선주협회는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실제 산은캐피탈의 지주사인 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상환을 1년간 유예해주는 ‘중소기업 특별상환 유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한국은행을 포함한 시중 은행장들이 조선, 해운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산은캐피탈도 중소선사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