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고착화… 고개 드는 'S의 공포'
2011-12-21 16:27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내년 국내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랜 저금리 기조로 물가상승 압력까지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불황 속에서 물가까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로 시중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현재 기준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1.0%로 2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5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실질 콜금리와 실질 국고채 금리 등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은행에 돈 맡기는 것을 꺼리고 오히려 대출이 확대돼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는 데다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여 물가상승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저금리 기조가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정부는 내년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제시했다. 내수는 물론 수출과 일자리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예상보다 확산될 경우 3%대 성장조차 힘겨워질 수 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까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 상황을 호전시킬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질금리를 플러스로 전환시키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경기침체가 예정돼 있는 만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최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에 오래 있으면 향후 경기둔화가 나타나도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정부가 내수 활력을 높이는 한편 서민물가까지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화하기 어려운 얘기”라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