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마늘밭 사건'..2000억대 도박수익 부동산 은닉
지난 4월 110억원대의 불법 도박수익금을 마늘밭에 숨긴 `김제 마늘밭'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지만 현금을 마늘밭에 파묻는 것보다 훨씬 교묘한 수법으로 도박수익금을 은닉한 일당들이 국세청에 적발됐다. 이들의 은닉수단은 바로 부동산이었다.
정모씨 등 4명은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사이트에 가입한 사람에게 5만원의 사이버머니를 줘 도박으로 끌어들였다. 돈을 잃고도 계속 도박을 하고 싶은 사람은 이른바 `대포통장'에 돈을 입금해야 했다. 이렇게 입금된 판돈이 무려 2천250억원에 달했다.
돈을 딴 사람이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바꾸려 할 때 이들은 수익의 10%를 환전수수료로 챙겼다. 지난 2년 동안 챙긴 수수료가 126억원이었다. 은행에 입금할 수도 없는 불법 수익이다.
이들은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분당의 60평형대 아파트와 용인, 인천 등 수도권의 아파트, 상가, 토지 등을 모친과 배우자 명의로 사들였다.
하지만 국세청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 국세청이 인터넷, 파생금융상품, 서류위조 등을 이용한 신종 탈세수법에 대응해 만든 첨단탈세방지센터의 추적망에 걸려들었다.
국세청은 이들이 불법수익을 빼돌려 사들인 부동산 등 97억원의 재산을 압류하고, 소득세 등 274억원을 추징했다.
사설복권 사이트를 운영해 챙긴 10억원의 현금을 여의도 물류창고에 숨겼다 적발된 임모씨도 마포의 70평형대 아파트 등 부동산을 사들였다. 국세청은 임씨에게 23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나라 전체 인터넷 불법도박의 규모에 비춰보면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 불법도박의 판돈은 32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운영업자가 5%의 수수료만 챙겨도 1조6천억원의 수익을 거둔다는 얘기다.
이들을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신종 수법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생활정보지에 허위 대출광고를 낸 후 찾아온 대출신청인의 신분증과 인감증명을 사들여 위장법인을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포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곧바로 여러 대포통장으로 분산돼 출금되므로 추적이 어렵다.
국세청이 지난달부터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를 추적하고 있지만 43개 위장법인은 아직 실제 소유주를 밝혀내지 못했다. 한 법인의 대포통장에는 무려 500억원의 자금이 입출금됐다. 국세청은 이들을 끝까지 추적해 과세한다는 방침 아래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의 추적을 위해 금융회사들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는 2천만원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 내역을 직접 열람하길 원한다. 지금은 세무조사 등에 필요한 경우만 FIU에 요청할 수 있다. 최근 국회의원 10명은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