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3G 주파수 부족 치명적…할당 현실화해야"
2011-06-21 17:27
이통3사 주파수(왼쪽) 및 가입자현황 |
올초부터 SK텔레콤을 비롯해 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사활을 걸고 주파수 확보전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주파수 경쟁을 하고 있다.
주파수는 이통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넓은 도로가 있어야 많은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것처럼 대역폭이 넓은 주파수일수록 이용자들은 원활한 통화와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통사들의 주파수 확보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중 2.1㎓와 1.8㎓ 주파수를 경매를 통해 나눠줄 예정이어서 이통사들의 주파수 확보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 주파수 확보 경쟁 치열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도 원활한 이용자 서비스를 위해 주파수 확보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의 3세대(3G) 가입자는 1800만명에 달한다.
스마트폰 보급 및 이용 확대로 3G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추가 주파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속적인 3G망 투자와 와이파이(Wi-Fi), 펨토셀 구축으로 망 용량을 확대하고 있으나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SK텔레콤은 3G로 전환 예정인 2G 이용자만해도 900만명 가까이 남아있어 추가 주파수 없이는 정상적인 가입자 전환이 곤란한 상황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더욱 심각한 것은 3G 주파수 부족이 차세대 롱텀에볼루션(LTE) 경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LTE용 주파수로 800/900㎒ 대역 각 20㎒폭을 신규로 할당받은 경쟁사와 달리 SK텔레콤은 기존 2G로 활용하던 800㎒ 대역에서 2G 가입자 감소에 따른 여유분 10㎒폭만을 LTE로 활용해야한다.
경쟁사와 동일한 조건으로 LTE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2G 가입자를 3G로 더 전환해야 하지만 현재의 3G망 포화 우려를 감안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상용화 예정인 LTE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서도 2G 가입자수를 조기에 줄여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SK텔레콤이 800MHz 대역에서 제대로 된 LTE 서비스를 위해서는 현재 1000만명에 가까운 2G 가입자를 400만명까지 줄여야 한다.
현재 가입자 대비 주파수 보유량을 보면 SK텔레콤이 경쟁사 대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통 3사의 가입자 수는 SK텔레콤이 2580만여명, KT 1610만여명, LG유플러스 910만명 수준이다.
가입자 100만명당 주파수 보유량을 따지면 KT가 4.96㎒로 가장 많고, LG유플러스는 4.43㎒, SK텔레콤은 3.49㎒로 가장 적다.
여기에다 4세대망인 LTE용으로 전 세계적으로 800㎒, 1.8㎓ 대역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와 KT가 각각 800㎒ 대역과 1.8㎓ 대역에서 20㎒씩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 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3G망 용량 포화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SK텔레콤 데이터 총량은 지난해 1월 147테라바이트(TB)에서 올해 1월 3079TB로 1년 사이에 21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현재 2G 가입자 900만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800㎒ 대역 20㎒ 폭 중에서 400만~500만명을 2.1㎓ 대역의 3G로 돌리는 대신 나머지 400만~500만 가입자를 10㎒ 폭으로 서비스하고, 10㎒를 떼어내 LTE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 "주파수 할당, 현실화 해야"
SK텔레콤은 주파수 할당 경매제도에 대해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0년부터 도입 논의가 시작된 주파수 경매는 여러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파수 할당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지난해 9월 전파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다.
일부에서는 SK텔레콤의 주파수 할당 경매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선도사업자인 SK텔레콤이 주파수를 가져가면 독점 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것.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2.1㎓ 주파수 대역이다.
이통 3사는 모두 2.1㎓ 주파수를 가장 선호하고 있다.
기존 3G 이동통신 서비스가 2.1㎓에서 이뤄지다보니 당장 활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경쟁적 수요가 있는 2.1㎓ 대역에 대해 경매 참여 제한을 하고 특정사업자에게 아무 경쟁없이 할당되도록 한다면 주파수 할당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2.1㎓ 대역은 최저입찰가 수준의 낮은 가격에서 할당 대가가 결정되는 반면 함께 경매되는 1.8㎓ 대역은 경매가가 높게 형성될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용 용도와 활용가치, 전파특성이 유사한 두 주파수 대역의 할당대가가 서로 크게 차이난다면 특혜 논란 발생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주파수 할당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깝다는 목소리다.
2.1㎓가 단말 수급 등 경쟁력 확보에 가장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2.1㎓를 LTE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이 된다는 것.
SK텔레콤 측은 “전 세계적으로 2.1㎓을 LTE로 사용하는 국가는 일본 뿐”이라며 “미국 버라이즌의 경우 700㎒, 유럽은 2.6㎓(TeliaSonera)와 1.8㎓(Mobyland) 등 주로 2.1㎓ 이외의 대역에서 LTE가 도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2.1㎓ 대역을 보유한 SK텔레콤이 이를 추가로 할당받을 경우, 시장 쏠림 등 경쟁제한이 나타날 것이라는 인식도 LTE에서는 2.1㎓가 더 이상 핵심 주파수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거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 주파수 경쟁, '방향' 잃나?
방통위가 검토하고 있는 주파수 경매 계획안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시장 경쟁 활성화 취지를 살려 후발사업자를 배려하고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주파수 배분의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주파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별하는 주파수 경매제 도입 취지가 살려질 지 의문이라는 것.
방통위는 올 초까지만 해도 2.1㎓ 20㎒ 폭만 경매로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통신 3사 간 경쟁이 과열되자 추가 대역을 검토했다.
일부에서는 방통위가 주파수를 3사에게 골고루 배분해주겠다는 취지로 3개의 주파수를 동시에 경매한다는 복안을 내놨지만 이는 주파수 배분의 효율성은 뒷전인 ´나눠먹기식 경매´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주파수 경매방식을 확정하면 곧바로 경매 일정을 공고, 한 달여 동안 경매 참여 신청을 접수한 뒤 다음달 중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