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MB 말 한 마디에 휘둘리는 경제정책
2011-01-23 14:00
유가 발언 나오자마자 특별 T/F 구성·정유사 조사, 과연 효과는?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유가 발언이 나오자마자 관련 부처가 총동원돼 특별 T/F가 만들어지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대통령이 물가 인상에 대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정부부처들이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렇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의 경제정책이 좌지우지되면서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만 폭등해 특별 T/F 구성하나?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제78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름값의 경우 유가와 환율 간 변동관계를 면밀히 살펴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개최된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석유가격 T/F‘를 구성해 석유제품 가격결정 구조를 zero-base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석유가격 T/F’에선 석유제품의 유통구조 상의 문제 등을 점검해 수입확대, 유통구조 개선 등 제도개선 방안을 추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석유가격 T/F‘는 지식경제부가 총괄을 맡고 그 외에 재정부, 공정위, 국무총리실 등 관련부처들이 참여한다.
이 외에 정유사 등 업계 관계자와 연구기관, 정부산하기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공정위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정유 4사를 방문해 불공정행위 조사에 필요한 자료들을 가져가 현재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관련 부처들이 총동원돼 유가 때려잡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물가대책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23일 “공정위가 원래 해왔던 일이 불공정행위 조사이기 때문에 정유사에 대해 추가로 불공정행위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물가안정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석유가격 T/F 구성 등이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물가대책은 정치용이지 결론적으로 물가 잡는 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여전히 확장적 거시정책 고수
정부는 여전히 확장적 거시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이전 최저 기준금리가 3.25%였다는 점에서 보면 아직도 정부는 저금리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 날 발표한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에서 “그 동안의 소득개선,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수요측면의 물가압력이 점차 현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도 금리 정상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작년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돼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으므로 물가는 거시경제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에 최저 기준금리가 3.25%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금리도 여전히 확장적이므로 금리를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