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 임박…유럽 은행권 '폭풍전야'
2010-07-21 19:28
신뢰성 논란 속 회의론 '고개'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오는 23일 유럽 91개 대형 은행들에 대한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유럽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테스트 결과가 불확실성을 해소시켜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최근 들어 테스트 자체의 신뢰성을 문제삼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스트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는 정보 탓에 테스트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불안감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유로퍼스트300 은행지수는 지난 일주일 동안 5% 급락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가 코앞에 닥쳤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테스트 가준이 알려지지 않아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가 은행들의 부실을 감추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외신이 퍼나르고 있는 '소식통'들의 말에 따르면 91개 대형 은행 가운데 스트레스테스트에 불합격하는 은행은 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소식통을 통해 테스트 대상인 14개 독일 은행 가운데는 국영 부동산산담보대출업체인 하이포리얼이스테이트(HRE)만 유일하게 불합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맥쿼리증권은 91개 은행 가운데 11개 은행이 스트레스테스트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노무라은행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은행을 중심으로 16개 은행이 테스트 통과에 실패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와 관련, 유럽 금융권의 한 수석 애널리스트는 "독일 은행 가운데 HRE만 불합격하게 되면 스트레스테스트는 신뢰를 잃게 된다"며 "이 경우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테스트의 실효성을 문제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 다이런 언스앤드영 이코노미스트도 "모든 은행이 통과하는 스트레스테스트는 의미가 없다"며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유럽 금융당국이 권위 있고 투명한 투명한 테스트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테스트 기준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FT에 따르면 프랑스와 그리스 은행들은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 국채의 순자산 가치를 탕감하는 '헤어컷' 비율을 약 23%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독일이나 영국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헤어컷 비율이 17%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스트레스테스트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 데 헤어컷 비율의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헤어컷은 은행들의 거래장부에 기록된 채권에 대해서만 적용되는데 그리스 국채는 대개 은행장부에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의 90%가 여전히 거래장부가 아닌 은행장부에서 만기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의 각국 금융당국은 금융위기와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회계규정상 은행들이 거래장부와 은행장부 기록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FT는 그리스발 위기가 불거진 뒤에도 유럽 은행들은 보유하고 있는 국채의 절반은 거래장부에, 나머지 절반은 은행장부에 기록하는 등 위기불감증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오는 23일 오후 6시(한국시간 24일 오전 1시)에 은행 및 각국 금융당국별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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