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침체전망… 은행채 만기분산 '절실'

2010-07-22 07:41

(아주경제 김유경 고득관 기자) 올 하반기 20조원 규모의 은행채가 만기 도래한다. 전체 은행채 잔액의 20% 규모다.

문제는 은행들이 은행채를 집중 상환해야 할 이 시기에 채권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 남유럽 위기 장기화 등을 이유로 올 하반기 채권시장 약세에 표를 던지고 있다.

또 중기적으로 2년내에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채권 만기가 일시에 도래해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충격이 있을 거란 예상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국내은행들도 앞으로 2년내에 상환해야 할 채권 규모가 전체의 3분의 2에 육박하고 있어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 하반기, 채권시장 침체 전망

21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채권 시장은 저금리 기조 탈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침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대투증권의 이승호 PB는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한은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 9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전일 대비 0.17%포인트 급등한 2.63%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말 3.58%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도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지난 6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이날 3.87%로 장을 마쳤다.

하반기 중에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채권 시장 약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당장 6개월 내에 20조원의 은행채를 상환해야 할 은행들 입장에서는 금리부담이 커진 셈이다.

또 최근 정부가 부동산 시장 거래 활성화를 꾀하고 있어 시중의 여유자금이 부동산 대출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도 채권시장에는 부정적이다.

이 밖에 △남유럽 재정 위기 장기화 조짐 △한-미 군사훈련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등도 은행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최근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에 따른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강도는 약해졌지만 장기화 할 조짐이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외화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12시나리오 현실화하나

문제는 은행채 만기집중 문제가 앞으로 2년은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채 중 절반 이상이 2012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온다.
 
더구나 미국·유럽계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서 발행한 은행채도 오는 2012년까지 만기가 몰려 있어 자본시장 쟁탈전이 예상된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 등 5대 시중은행이 2012년까지 갚아야하는 채권 규모는 총 58조3472억원. 전체 잔액 97조4620억원의 6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기간 미국·유럽계 은행들이 상환해야 할 채권은 5조 달러(한화 약 6013조원)에 달한다.

전세계 주요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함께 겪으며 비슷한 시기에 채권발행을 통해 자본조달에 나섰기 때문에 만기가 겹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제 2의 금융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 경우 자본수요가 높아져 채권가격이 급락하고 반대로 금리는 크게 올라 국내 은행들의 자본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영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최근 은행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은행권은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국민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규모가 순증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최근 국내 은행채 추이는 순감으로 가고 있다"며 "예대율 규제 등으로 채권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어 은행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문제가 아니라면 시장의 수급 상황은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만기분산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은행채 만기집중 문제에 대해 차환 발행시 만기를 중장기로 늘리고 채권을 쪼개는 등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은행채 만기 집중은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라며 "채권 보유자가 외국인일 경우 외환시장 불안전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남유럽의 재정위기의 경우처럼 시장이 불안해지고 신뢰도가 위협받으면 언제나 차환 발행이 어려워진다"며 "스페인이 문제가 됐던 것도 채권이 7~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만기 도래 규모가 한 기간에 몰리지 않도록 채권을 발행하는 등의 위험관리는 기본"이라며 "유동성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된 만큼 이제 잔가지를 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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