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40년 전 뿌린 마이크로 크레딧 씨앗 결실 맺다"

2009-09-21 16:34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저신용층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게 될 '미소(美少)금융재단'이 닻을 올렸다.

이 재단은 앞으로 10년간 낮은 곳으로 2조원의 자금을 흘러 보내 저신용층을 미소(微笑) 짓게 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미소금융재단 설립의 '알파와 오메가'다. 마이크로 크레딧의 중요성을 알리고 최초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며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도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소금융재단의 실질적인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김 회장 개인적으로는 40년에 걸친 숙원을 풀었다.

김승유 회장은 국내 마이크로 크레딧 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60년대 말 미국 유학 생활 중이었다.

김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급전이 필요했지만 은행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었다"며 "한 사회복지단체에서 학생 신분임을 밝히고 500달러를 받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민간 차원에서 저신용층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을 선뜻 맡은 것도 이같은 평소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300억원을 출연해 '하나희망재단'을 설립하고 국내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의 전도사를 자임하기도 했다.

장훈기 미소금융재단 사무처장은 "저신용층 지원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정부가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재단을 설립한 것"이라며 "기존 소액서민재단이 미소금융재단으로 확대 개편되는 과정에서 김승유 회장이 공이 컸으며 새롭게 설립될 재단 이사장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과 함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교육이다. 그는 서울 첫 자립형 사립학교인 '하나고등학교'의 성공적인 개교를 위해 매주 학교 공사 현장을 찾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하나고가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배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맞춤형 교육 과정을 운영하겠다"고 건학 이념을 밝혔다.

최근 파생상품 손실과 횡령 등으로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으며 수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금융권에 몸 담고 있는 동안 받았던 혜택을 사회에 다시 돌려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 지 기대된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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