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초래된 한국의 '권력 공백' 상태가 국가 안보와 한미 동맹에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동맹 재검토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에서 정치적 마비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탄핵을 넘어 체포 가능성에까지 직면했고, 여당과 총리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으나 헌법상 근거가 있는지 논란이 있는 데다 국방부는 여전히 군 통수권자가 대통령이라고 밝힌 일련의 상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한국은 내부 위기에 빠졌다. 누가 책임자이고 책임은 언제까지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같은 리더십 위기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대외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미 동맹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주요 동맹국들의 방위비 부담을 늘리겠다고 예고해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정치 지도자가 신뢰감을 주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해야 하는데, 내부의 정치적 위기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서 열세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외교·통상 정책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트럼프 임기가 시작되면) 한국과 독일에 주둔한 미군 병력이 축소되거나, 동맹에 10%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며 "모든 나라가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만나 손해를 줄여보려 할 텐데, 리더가 없는 한국은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WP에 "워싱턴DC의 우리 친구들은 당장 정부 고위 인사들과 대화할 의사가 없을 것"이라며 "쿠데타 가담자와 대화하고 싶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리더십 공백 사태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오는 14일 국회에서 탄핵이 부결된다면 현재 상태가 그대로 이어지고,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는 수개월이 필요하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다음 대선이 치러지기까지 최대 60일이 걸린다. 하와이 호놀룰루 소재 '대니얼 K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의 라미 김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체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대통령의 권한과 군 통수권을 가지며, 한국 외교의 대표"라며 "그러면 미국 정부는 누구와 대화해야 하느냐. 이는 동맹에 정말 해로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미 여러 차례의 정치적 격변을 겪어온 만큼, 한국이 안정적인 정부 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번 혼란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헨리 해거드 전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 공사참사관은 "사람들이 너무 흥분하고 있다고 본다"며 "한국은 정치적 격변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