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달 초 '금융자산 평가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은 산은이 보유한 △HMM 보통주(6600만주) 매수가격배분 △HMM 보통주(2억9700만주) 손상검사 수행을 위한 사용가치 평가다. 두 평가 모두 HMM 보통주에 대한 가치평가를 통해 향후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HMM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으로 1조4614억원을 기록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특수를 누린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만 무려 40%에 달한다. 현재 33.37% 지분을 보유한 산은은 예년 수준으로 배당금이 책정된다면 수령할 배당금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평가 용역을 앞둔 산은 측 속내는 복잡하다. 자본 건전성 악화 때문이다.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25%다. 금융당국 권고치(13%)를 웃돌지만 여타 은행권 대비 하위권에 속한다. HMM 측 수익 개선으로 산은이 받는 배당금 규모는 커졌지만 HMM 주가 약세가 산은의 자본 건전성 발목을 잡고 있다. HMM 주식이 1000원 움직일 때 산은의 자기자본비율도 0.07%포인트 움직이는데, HMM 주가는 전년 고점(2023년 12월 20일 2만3300원) 대비 이날(시가 1만8360원)까지 4940원 떨어졌다. 단순 계산으로 0.35%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산은은 보유하고 있는 HMM 영구채 1억4400만주를 내년 4월 주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주가 약세가 지속되면 자본 건전성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HMM 실적 개선도 산은으로서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적이 개선될수록 매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동원·하림 등은 HMM보다 규모가 작고, 해운업 특성상 정부의 까다로운 관리·감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대기업들도 높은 가격 대비 큰 메리트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