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중은행이 미국 현지에서 대출을 내준 사무실에 대해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며 공실률이 높아지는 등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7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은 최근 ‘부실채권 매각 자문’을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냈다. 통상 은행들은 자금을 빌려준 차주가 빚을 상환하지 못하면 부실채권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미리 잡아둔 담보물의 매각을 통해 자금을 충당한다.
다만 A은행이 가진 채권은 다른 채무자 대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선순위채권으로 차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대출금을 전부 충당할 수 있을 전망이다.
A은행이 이번 부실채권 매각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 현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있다. 코로나 당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오피스 수요 회복이 요원해진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높아진 결과다. 더불어 그간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이미 상환능력을 잃은 차주들이 대거 발생한 점도 부실채권 발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CPPI)는 여전히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 수치를 보면 지난 10월 125.5로 1년 전(125.3)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2년 전인 2022년 10월(135.0) 대비해서는 약 7% 낮아졌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121.8로 작년 말보다 더 낮아지기도 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 역시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펀드의 최근 1년간 손실률은 6.60%에 달한다. 총투자액을 뜻하는 설정액 역시 감소 추세다. 올해 초 2조7585억원이었던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지난 2일 기준 2조4204억원으로 3381억원 줄었다.
국내에서도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손실을 우려해 투자가 위축되고 있긴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해외 부동산 펀드 수는 2021년 36개에서 2022년 35개, 지난해 33개에 이어 올해는 32개까지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부동산 수요가 살아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국내 금융회사도 해외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개인 투자자 대상 상품을 운영하고 있어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