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부진한 3분기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연간 실적 하향 우려와 함께 한국 증시 침체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6포인트(0.07%) 내린 2480.6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0.31% 내린 2474.62에 출발해 오전 중 상승 전환하고 오후 한때 0.59%까지 올랐으나 이후 오름폭을 모두 되돌린 뒤 장 마감 직전 반락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내놨지만 시간 외 거래 때 하락했고, 국내에서도 반도체 주도 상승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1.99% 오르며 거래를 마쳤지만 엔비디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실적 우위인 SK하이닉스는 1.06% 내렸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2.24포인트(0.33%) 내린 680.67에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도 개인과 기관이 644억원, 30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동안 외국인은 80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업 실적과 업황 악화 우려가 이날 시작된 밸류업 펀드 투입 등 효과를 덮어버린 모습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마무리된 한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합산해 보면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이 예상보다 부진했고 이익률도 저조했다"며 "수치 자체는 전년 동기 대비 늘었지만 2023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실적 부진에 정보기술(IT), 에너지, 소재 업종 영향이 컸고, 삼성전자가 IT업종 부진을 주도했다"며 "이에 올해와 내년 '코스피200' 연간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가파르게 지속됐고, IT 실적 하향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전체 추정치)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내 수출업종 관련 보조금 축소와 관세 부과 등 정책 전환을 시작하면 반도체, 이차전지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3분기 실적 부진, 글로벌 수요 불확실성에 이미 주가가 급락한 삼성전자 외에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업황 악화 우려가 추가 반영되면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돼 한국 증시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 매력도가 떨어졌음을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0.85배가 이미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하락장이 왔을 때 닿을 수 있는 코스피 PBR의 '역사적 바닥'은 0.5~0.6배"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여전히 하락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이제부터 본격 회복 한번 해보자고 할 만한 촉매가 등장하지 않고 있어 거래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