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이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 대부분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역시 독립된 기관에 위탁하거나 중립적 방식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3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관련 기업의견'에 따른 결과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에 대해 조사기업 대다수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의결권을 위탁하거나 중립적인 방식으로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사기업의 87.2%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국민연금 의결권을 위탁(40.4%)하거나 △국민연금이 찬반 의결권만 행사하고 그 외 주주권 행사 활동은 제한(35.9%)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새도우보팅주 방식으로 행사(10.9%)할 것 등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 활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12.8%로 나타났다.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가장 큰 압박을 받는 대상은 '소액주주연대(35.6%)'와 '국민연금(23.3%)', '국내기관투자자(19.3%)' 순이었다.
대기업은 특히 △국민연금(50.0%)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국내기관투자자(21.4%) △소액주주연대(21.4%)의 영향도 컸다. 이와 달리 중견·중소기업은 △소액주주연대(39.0%) △국내기관투자자(18.6%) △국민연금(16.9%)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기주주총회 개최 시 기업들이 가장 중시하는 안건은 △이사·감사 선임이나 해임(35.5%)이었고, 이어 △재무제표 승인(23.0%) △정관변경 승인(16.4%) △임원 보수한도 승인(12.5%) 등의 순이었다.
국민연금 역시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나 임원 보수의 적정성 등에 관심이 컸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사전 정보를 수집하는데, 이때 국민연금의 주요 요청사항은 △이사·감사·감사위원·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한 정보(15.0%)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에 대한 자료·설명(10.9%) △배당계획 관련 자료나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4.7%) 등이었다.
기업들은 정족수 부족으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경우를 가장 우려하며,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제도 폐지(35.9%)' 또는 '주총 결의요건 완화(8.3%)' 등의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외에도 '공정거래법, 상법 등에 산재된 각종 공시사항의 내용·절차 간소화(27.6%)'를 많이 꼽았다.
기업 규모별로 봤을 때, 대기업은 '공시절차 간소화(31.8%)'를 제도개선 과제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대기업이 상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상의 각종 공시 규제로 시달리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주주총회 부결을 초래하기 쉬운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폐지(3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현재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범위가 법·제도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까지 가능할 정도로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국민과 기업의 신뢰를 받는 공적기금으로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투명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의 전문성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