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기업의 도산 건수가 9년만에 최대 수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지원 대출의 만기 도래와 고물가, 인력난 등이 겹치며 영세 기업들의 도산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앞으로 도산 기업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산케이신문 등 일본 매체들이 기업 신용조사 업체 ‘도쿄상공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작년(2023년 4월~2024년 3월) 지난해 일본 기업의 도산 건수가 전년 대비 31.6% 증가한 9053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9543건 이후 최다로, 9년 만에 처음으로 9천건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 조사는 도산 기업 중 부채액 1000만엔(약 8918만) 이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이들의 부채 총액은 6.0% 증가한 2조 4630억엔(약 21조 9648억원)으로 2년 연속 늘었다.
그중 부채 규모 1억엔(약 8억 9천만원) 미만의 소규모 도산이 전체의 70%를 차지해 대부분이 영세 사업체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형 기업의 도산은 특별 청산을 신청한 '파나소닉 액정 디스플레이'가 5836억엔(약 5조 2045억)으로 최대 규모였다.
도산 원인별 건수를 살펴보면 '제로제로 융자' 이용 후 도산은 14.3% 늘어난 626건, 고물가 관련은 전년 대비 73.6% 증가한 684건, 인력난 관련은 2.4배 증가한 191건이었다. 이 가운데 인력난으로 인한 도산은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10개 전체 산업 모두 도산 건수가 2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도산 건수가 가장 많았던 분야는 음식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이었다. 이자카야(선술집)와 라면 전문점의 도산이 특히 눈에 두드러졌다. 그 뒤를 이어 올해부터 '잔업 규제 강화 문제'에 직면한 건설업이 39.5%, 운송업이 25.6%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택시 사업과 토목공사업 등 기업 규모가 작은 곳에서 도산이 많았다.
지역별로는 후쿠이현과 나가사키현을 제외한 모든 현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로 인해 대출 금리 상승이 우려되면서 도쿄상공리서치는 “고물가와 인건비 증가로 기업의 수익이 악화하고 있어 여름 이후에는 도산 건수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3월에 실시된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3개월 후 차입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일본 내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그동안 저금리 대출로 연명해 온 '좀비 기업'들이 퇴출당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자키 히로시게 도요대 교수는 "조달 금리가 오르고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도 급등하고 있다"면서 "사업성이 낮은 기업은 걸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2024년 문제'로 인력난에 처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2024년도 기업 도산 건수는 1만건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