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것을 막고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여성이 AI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는 여성 AI 전문가의 조언이 나왔다. 여성계에선 올해 들어 'AI 윤리'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다양성을 소홀히 하는 국내 기업에 시사하는 점이 많은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배순민 KT 기술혁신부문 AI2X랩 연구소장(상무)은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4 부대행사로 열린 '이퀄리티 라운지 앳 CES(Equality Lounge @ CES)' 행사에서 '더 포괄적인 AI·메타버스·웹3를 향한 노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배 소장은 "어린 시절 가졌던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과학기술 연구자로서 길로 이어졌다"며 "로봇보다 AI 발전 속도가 더 빠른 점에 주목하고, AI 연구·개발로 최종 진로를 정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 AI 개발 속도를 볼 때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AI 출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며 "(AI를 포함해)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능력은 필연적으로 사람 간 차이와 계층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AI 기업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이 기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배 상무는 강조했다. 기업이 AI 포용성·다양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면 비즈니스 관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결국 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배 소장은 "AI가 성차별을 포함해 다양성에 위반되는 잘못된 발언을 하는 이유는 현실과 비교해 제한된 곳에서 수집한 데이터만 학습하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여성 공학자·학생이 AI 개발에 참여하는 게 AI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소장이 속한 KT는 최근 응용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AI테크랩장으로 윤경아 상무를 영입하는 등 여성 AI 개발자 확대를 위한 행보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자녀 교육 도중 AI 개발에 필요한 영감을 받는다고도 했다. 배 소장은 "지금 어린이들은 AI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 첫 세대"라며 "그들이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고 이해하는 것이 (정부·기업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 소장 역시 아이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따라 흉기가 될 수도 있기에 자녀 세대에 대한 AI 윤리 교육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퀄리티 라운지는 여성 참여가 부족한 정보기술(IT)업계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전 세계 여성 전문가들이 뭉쳐 만든 행사다. 매년 마이크로소프트·메타·맥킨지 등 후원으로 CES를 포함한 다양한 IT 행사에서 부대행사로 열리며, 여성 최고경영자(CEO)·임원 수십 명이 연사로 초청된다. 한국인 중에선 배 소장만 초청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