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유엔(UN) 공식 기구를 사칭해 공공기관과 기업으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은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SH는 해당 기구와 여러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관련 사업비로 3억9800만원이 투입했는데, 이에 대한 환수와 손해배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1일 서울시청에서 약식브리핑을 열고 "SH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와 지난 2020년 8월 13일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 3년간 관련 여러 행사를 해왔다"며 "내부적 검토 결과 이 단체를 고소하기로 했고, 오늘 고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가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사단법인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SH공사는 직후 업무 협약을 해지하고 국회 사무처는 작년 11월 한국위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김 사장은 "이 기구는 마치 유엔으로부터 승인받은 상급위원회로 포장하며 2019년 생긴 이후 매년 10억원대 기부금을 받아왔다"며 "박수현 전 청와대 수석이 회장을 맡고 국회로부터 허가받았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9년 11월에 유엔 해비타트 최초 단일 국가위원회가 한국에서 탄생했다고 축전을 보냈다"고 언급했다.
SH공사의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통령 축전을 받고, 국회의원들이 대대적으로 위원회 출범을 축하해주는 행사를 한 위원회를 UN에 다시 확인까지 하기는 어려웠고 국회에서 허가해 준 단체라서 의심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사기를 당했다고 보고 있지만 SH도 법적 책임을 질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SH공사는 여러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 서울경찰청에 박수현 전 수석과 최기록 현 화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피해 금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한 뒤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도 청구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사업비와 행사에 사용된 비용 등도 별도로 있어 손해금액을 산정해 보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SH는 'SH어반스쿨' 외 해당 단체와 진행한 다른 사업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공사 내부 실무진 차원에서 감사를 마무리했고 감사실을 통해서도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며, 필요할 경우 외부감사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SH공사는 지난 9일 서울경찰청에 한국위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국회사무처도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위는 SH공사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 및 대기업 등으로부터 기부금 약 44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