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방출하는 숙박 할인쿠폰 정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숙박 업소가 정부의 할인권 배포 시기에 맞춰 가격을 올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빈대 확산 이슈까지 발생하면서 여행객들은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7일부터 5만원 이상 국내 숙박시설 이용 시 정부가 3만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대한민국 숙박세일 페스타'를 진행 중이다. 비수기 국내 여행 활성화 차원에서 진행하는 이 사업에는 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방출되는 할인쿠폰 수량은 100만장에 달한다.
문제는 정부가 숙박 쿠폰을 뿌리는 시기에 맞춰 숙박업소들이 요금을 올리는 '꼼수 인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9월까지만 해도 5~10만원 수준이었던 서울 시내 일부 비즈니스호텔의 1박 가격은 이달 들어 2배 가까이 뛰었다.
소비자 박모씨(39)는 "호텔을 예약한 후 결제 전 (여행 플랫폼) 장바구니에 담아놨다가 최종 결제를 위해 결제창을 열어보니 예약 당시 가격보다 3만원이나 비쌌다"면서 "결제 전 미리 3만원 할인쿠폰을 받아놓은 것이 무용지물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숙박 페스타' 기간 숙박업소의 악의적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참여 숙박시설이 숙박상품을 등록할 때마다 가격상승 경고문이 해당 숙박업자에게 노출되도록 하거나, 모니터링을 통해 전년 대비 숙박비가 과도할 경우 소명 절차를 걸쳐 쿠폰을 미정산 조치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온라인 여행사와 호텔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콜센터를 통해 소비자 제보가 있는 경우 제보된 숙박시설의 가격을 점검하는 등 숙박시설의 악의적 가격인상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마저도 수만개에 달하는 숙박업소에 일일이 적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프랑스·영국에서 퍼지기 시작한 빈대가 국내까지 확산하면서 여행객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결국 국내 여행지의 바가지요금에 지친 이들은 국내 여행 대신 해외 여행지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33)는 "연말에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려고 했는데 비행기가격과 숙박비, 식대 등을 계산해 보고 여행지를 일본으로 변경했다"며 "이미 국내 숙박비가 너무 오른 상태라 정부에서 주는 쿠폰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엔화도 저렴해서 차라리 해외여행에 가는 편이 훨씬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