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준금리가 1년 가까이 3.5%로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4일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가 수출 주도로 회복함에도 한은이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은이 통화정책 결정을 할 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못지 않게 성장률을 주요 변수로 고려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행보로 보일 수 있겠으나 경기회복이 금리 인하와 양립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전기료와 가스요금은 내년 6월이 전망 시계 내 마지막 인상(5%)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택임대료 물가 역시 실거래가 하락에 시차를 두고 하향 안정화되고 있고 수입물가 압력도 거의 소멸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접어들더라도 연말까지 0.75%포인트를 낮추는 데 그치는 등 통화완화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 기준금리(3.5%) 수준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금리를 하향하더라도 2.75%에 머무를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연말 금리 전망치는 중립금리 추정치(2.3%)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통화정책 기조 관점에서 본다면 제약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용구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도 '2024년도 채권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내년 하반기 들어서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일정수준의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한데 현 글로벌 경기 연착륙과 인플레이션 전망 경로 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조 이코노미스트 역시 국내 기준금리가 현 수준(3.5%)에서 고점에 도달했으며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지난해 금통위가 단행한 고강도 통화긴축은 원·달러 환율 불안에서 기인했다"면서 "올해도 환율이 반등했지만 위안화에 비해선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지난 6월부터 흑자로 돌아선 무역수지와 원화약세 부담 경감, 가계부채 증가세 전환과 부동산PF 리스크 등이 중첩돼 한은의 추가 긴축 및 통화정책 완화 등 양방향으로의 변화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연준이 통화정책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보수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미 금리차가 확대된 한은 입장에서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택하기 어렵다는 점도 피벗을 지연시키고 있다.
다만 금통위가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연말까지의 인하 폭은 0.5%포인트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이코노미스트는 "올 연말까지 물가 상승률은 3%대 중반을 기록하고 2023년도 연간 물가상승률은 3.7% 수준이 될 것"이라며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긴 하나 물가는 내년 5월 이후에야 3%를 밑돌고 2%대에 진입하는 것은 9월이 될 것이다. 내년 연 물가 상승률 역시 2.6%로 높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