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원로에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이회택 "N포세대, 손쉬운 체념보단 기회를 잡기 위한 끈기가 필요"

2023-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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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좌절하는 2030...기성세대의 책임

기본기 뒷받침 없는 기교로는 기회 없어

지난 6일 서울 한 카페에서 이회택 원로를 만났다 그는 N포 세대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면 운이 따를 것이라는 말과 함께다 사진이동훈 기자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이회택 스포트계 원로를 만났다. 그는 N포 세대에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회를 잡기 위해 기본기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N포(N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신조어가 있다.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많은 것을 포기한 젊은이들(20·30대)을 뜻한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로 시작해 집·경력까지 포기한 이들을 일컫는 5포 세대, 희망·인간관계까지 상실한 7포 세대에 이어 이제는 건강·외모도 포기했다는 9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말 그대로 변화가 심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증가하는 N포처럼, 20·30대 젊은 층은 쉽게 좌절하고 쉽게 포기한다.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이회택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76)을 만난 것은 이들을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포기를 몰랐던 불굴의 스포츠 전설로 불린다. 

1946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와 생이별했다. 6·25전쟁 발발 이후 아버지는 월북했고 어머니는 재가했다. 부모의 빈자리는 할머니의 사랑으로 채웠다. 넘치는 사랑으로 씩씩하게 컸다. 재빠른 몸으로 뭐든 차면서 놀았다.

그런 그가 신세계를 경험한 것은 1961년 김포 양촌면에서 열린 '리 대항' 경기에서다. 양곡리와 걸포리가 격돌했다. 양곡리 주장은 이현, 걸포리 주장은 백원기다. 태극 마크를 단 선수들이 한 경기에서 뛰었다.

"서커스 같았다. 기술이 대단했다. 동네 축구와는 차원이 달랐다. 보다가 축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서울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한 선배가 테스트를 보게 해주겠다며 돈을 가져가더니 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한양공고 테스트를 봤지만 탈락했다. 스피드는 좋았지만 기본기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와 연습에 매진했다. 뛰고 또 뛰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원기가 영등포공고 축구부를 추천했다.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올랐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처음 2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한 단계 성장하니 다른 사람이 지켜봤다. 지금의 그를 만든 박병석 동북고 감독이다. 동북 출신은 곧 '국대'였다.

"스승이자 은인이다. 기본기부터 다시 배웠다. 10시간 이상 연습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후에는 기술을 배웠다. 감독님은 '돌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말라'고 했다. 수비라 생각하고 제쳤다."

기본기를 다지니 상승세를 탔다. 청소년 대표를 거쳐 국가대표가 됐다. 이후 여러 곳에서 그를 원했다. 대학, 국가 등이다. 

포기를 모르는 끈기는 프로축구에서도 이어졌다. 지휘봉은 젊은 나이에 쥐었다. 기본기를 중시했다. 해외에서 배운 전술과 선수에 대한 신뢰를 접목했더니 11명이 한 폭의 그림처럼 움직였다. 그중에는 황선홍, 홍명보 등이 있었다.

감독 이후에는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 축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2005년이다. 최초 헌액자 7명에 포함됐다. 고향 김포는 한 길을 '이회택로'(사우동)라 명명했다. 동상도 설치됐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대가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N포 세대를 향해 조언을 했다. 

"N포 세대에 대한 책임은 지금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에게 있다.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필요하다. 기교만으로는 기회를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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