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 빅딜이 실종됐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최근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서 관련 여론이 커지는 형세다.
그러나 하나금융 내부에서만 본다면 무조건적으로 KDB생명을 인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재무건전성이나 인수금 외 향후 추가적인 자금 투입 여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금융권 일각에선 하나금융의 이사회가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DB생명을 인수하겠다는 의사가 회장을 포함한 하나금융 경영진의 의중일 수 있지만, 이후 이사회가 매물 건전성 등을 판단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도 일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자체 협의된 사항을 이사회 안건에 올리고, 이사회 과반 동의를 얻으면 해당 안건을 최종 추진하는 구조다.
증권업계 등 시장에서는 KDB생명 예상 매각가를 2000억원으로 추산했었다. 그러나 추가 투입 자금까지 더해 합이 1조3000억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하나금융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나금융의 올 초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3.2%로 동월 말 은행금융지주 평균 109.9%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당국 권고 수준인 130% 이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수 자금과 추가 투입 자금 합계가 1조2790억원 이내여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본총계에 대한 자회사 출자총액의 비율로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130%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인수합병을 놓고 관망세를 지속하면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관련 업계 매물들이 쌓여가고 있다. 아울러 국내 금융지주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사모펀드에 의한 인수 러시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금융지주들이 무리한 인수전에 나설 필요는 없다. 자칫 인수 기업의 신용도 하락과 가격 부담에 따른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들이 인수합병 사안을 보다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신규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은 물론, 사전에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이자수익 경쟁력 강화를 노리며 비은행권 인수합병을 선언한 금융사 이사회들의 현미경 매물 검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