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톡] "몽골 학교에 희망의 씨앗을"...'봉사 10년차' 법원가족들 만나다

2023-09-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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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보르노르 학교·베트남 라오까이 법원 후원

베트남 법원에 생긴 봉사 동아리..."선한 영향력"

이재희 사진아주경제DB
이재희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김영각 청주지법 충주지원 참여관이 지난 5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짧은 시간 동안 정이 깊이 들었는지 헤어지는데 눈물이 나서 너무 놀랐습니다."

꿀과 같은 휴가기간 10년째 '쉼'이 아닌 '해외 봉사'를 택한 법원 가족들이 있다. 판사와 법원 직원들로 구성된 '대한민국법원 국제봉사단 희망여행'(공동대표 이선희 수원지법 판사‧박완식 광주지법 집행관)이다. 지금은 MZ세대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하며 이른바 ‘몽골 신도시’라고 불리는 몽골에 희망여행은 2014년부터 꾸준히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지난 7월에도 전국 법원 판사‧직원 20여명은 몽골희망원정대(단장 이재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구성하고, 여느 때처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130㎞ 떨어진 보르노르 학교에 방문했다. 초‧중‧고등학생 900여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 학생들에게 희망여행은 장학금을 전달하고 한글 수업, 풍선인형‧에코백 만들기 수업 등을 제공했다.

올해 처음 희망여행의 문을 두드린 이재희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23기)는 '보여주기식 봉사'는 아닐지 의구심을 갖고 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르노르 학교 학생들을 만나 감정 교류를 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화장실 짓기나 나무 심기 등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면서 깊은 감정적인 유대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2019년 7월 30일 몽골 보르노르 학교에서 권기철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와 류준구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 등 봉사단원들이 식목행사에 쓰일 나무를 옮기고 있다 사진희망여행 제공
2019년 7월 30일 몽골 보르노르 학교에서 권기철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와 류준구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 등 봉사단원들이 식목행사에 쓰일 나무를 옮기고 있다. [사진=대한민국법원 국제봉사단 희망여행 제공]

이 부장판사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서로 봉사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일종의 충격을 받았다"라며 "수시로 정전이 되고 숙식을 하는 곳은 옛날 우리 군대 내무반보다도 못하고 물이 안 나와서 물티슈로 몸을 닦아내야 했다. 그럼에도 모두들 정말 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라며 "헤어질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스스로 당황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쉼 대신 봉사를 택했지만, 더없는 기쁨만 남는다는 것이 희망여행의 말이다. 희망여행의 사무총장 김영각 청주지법 충주지원 참여관(50)은 "매년 수십명을 모아 팀을 만들어 휴가를 내고 해외 나가는 일이 부담될 때도 있지만,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과 주민들을 보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다녀올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 갖고 돌아온다"고 전했다.
 
매년 특정 학교 방문..."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성장 돕는다"
2014년 법원 내부 커뮤니티에 '해외 봉사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하며 시작된 희망여행은 어느덧 10년차를 맞았다. 현재는 400명 가까운 판사와 법원 직원, 의사 등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장학금 전달뿐만 아니라 한글학교 운영, 의료봉사, 의류‧문구류 후원 등 다채로운 봉사를 지속해왔다. 2017년부터는 베트남 라오까이 법원과 북부 사파지역에 있는 학교들도 함께 후원하고 있다.

희망여행의 봉사 신조는 '꾸준한 스킨십'이다. 다양한 곳에 방문해 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한 학교와 깊은 관계를 맺어 학생들이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이들 봉사의 방향성이다. 이들의 정기적인 교류가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희망여행은 자부했다.

김 참여관은 "10년 정도 후원과 봉사를 하다보니 현지 학생,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후원과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봉사단 방문이 하나의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질적으로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누군가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면 힘이 되리라 믿는다"라며 "희망여행은 그런 친구가 되고 싶어서 보르노르 학교와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희망여행은 나의 만족을 위한 봉사가 아닌, 그들의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 부장판사는 "그 학교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봉사를 하고 교류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것은 현지의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에 생긴 봉사동아리..."선한 영향력 행사"
대한민국법원 국제봉사단 희망여행이 지난 7월 22일부터 29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130km 떨어진 보르노르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사진대한민국법원 국제봉사단 희망여행 제공
대한민국법원 국제봉사단 '희망여행'이 지난 7월 22일부터 29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130km 떨어진 보르노르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사진=대한민국법원 국제봉사단 희망여행 제공]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에서 나아가, 국가 간의 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 희망여행의 작은 소망이다. 몽골 법원을 방문해 우리나라 법원의 선진적인 시스템을 알리고, 베트남 라오까이 법원과의 협력을 통해 현장에 필요한 것들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지원하는 등 한국 법원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김 참여관은 "몽골과 베트남에서는 법원에 봉사 단체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희망여행을 통해 베트남 라오까이 법원에는 봉사 동아리가 생겼다. 몽골 법원과도 관련 의견들을 계속 교류하고 있다"라며 "일종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거 같아서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몽골‧베트남 법원에서는 이제 한국 법원에 대해서 굉장히 우호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희망여행의 활동은 봉사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나흘간의 봉사를 마친 다음에는 별빛이 쏟아지는 엘승타사르해 사막과 중앙아시아 최고 휴양지로 손꼽히는 테를지 국립공원 등을 방문해 낙타·말타기와 전통 활쏘기 등 우리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추억도 쌓는다. 가족단위로 방문한 단원들을 위한 배려다.

김 참여관은 "몽골과 베트남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다. 몽골의 푸른 초원이 그렇고, 우리가 후원하는 베트남 북부 산악지역인 사파도 경관이 무척 아름답다"라며 "또 아이들 마음이 맑고 깨끗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우리가 후원하고 함께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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