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체결 이후 고객이 회사에 약관 사본을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A씨 등이 분양사·시행사 등을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하지만 A씨는 약속한 기일이 지났는데도 계약서를 보완하지 않았다. 이를 이유로 시행사·분양사 측도 계약서 사본을 보내달라는 A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A씨는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시행사·분양사 측이 두 차례 독촉했는데도 A씨가 반응이 없자 A씨에게 공급계약은 해제됐으며 위약금을 지불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A씨는 "시행사·분양사 측이 계약서 사본을 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절했으므로 약관법에 따라 약관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시행사·분양사를 상대로 계약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약관법 3조에 2항에 따르면 사업자가 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이 요구하면 약관 사본을 고객에게 줘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계약은 무효가 된다.
1심은 시행사·분양사 승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약관법 조항은) 고객이 언제든지 사업자에게 약관의 교부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는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약관법 3조가 규정하는 계약 무효 사유는 고객이 계약 체결 당시 사업자에게 약관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해 사업자가 약관 사본 교부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계약 체결 이후 시행사·분양사에게 계약서 사본 교부를 요구 한 것"이라며 "약관법 3조가 계약이 체결된 이후까지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행사·분양사가 약관 사본 교부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약관법을 위반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