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악마의 무기’로 통하는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즉각 반발했다. 지뢰처럼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민간인 사상자를 낳을 수 있는 집속탄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가디언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오는 7일 집속탄을 포함한 8억 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개의 폭탄 안에 수십 개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집속탄은 공중에서 산산이 부서지면서 넓은 지역에 수많은 작은 폭탄을 발사한다. 폭탄이 투하된 지역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죽거나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어서, 악마의 무기로 통한다.
문제는 민간에 큰 피해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특히 집속탄 중 일부는 충격을 받아도 폭발하지 않아, 분쟁이 끝나고 수십 년이 지나서도 마치 지뢰처럼 민간인 사상자를 낳는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A)에 따르면 최근 일부 분쟁 지역에서 최대 40%에 달하는 폭탄이 폭발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집속탄으로 인한 사상자의 60%는 일상 활동을 수행하던 중 부상을 입었다. 집계된 집속탄 사상자의 약 3분의1은 어린이다.
집속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음 사용됐다. 그 후 몇 년간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이스라엘, 네덜란드,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 약 15개국이 사용했다. 미국은 1964~1973년 사이에 라오스에만 약 2억6000만개에 달하는 집속탄을 투하했다. 이 중 900만~2700만발이 불발탄일 것으로 추정되며, 1만1000명이 사망했다.
이 무기는 지난 2010년 120개국이 집속탄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하면서, 많은 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은 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현재 전쟁에서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집속탄을 이용해 민간인 사상자를 초래했다며, 무기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HRW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이지움 인근 러시아 통제 지역에서 집속탄 로켓을 발사해 최소 8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최소 15명의 민간인이 크게 다쳤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 역시 우크라이나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집속탄을 사용했고, 이로 인해 수십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집속탄을 통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포탄 지원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집속탄 지원 부담을 덜게 됐다고 평가한 이유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하도록 바이든 행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데다가 우크라이나도 반격을 위해 이 무기를 계속 요청한 점 등은 미국의 입장 변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