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5% 시대를 열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기 전까지 5%대 금리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시장은 이르면 7월에 연준이 고집을 꺾을 것으로 본다. 은행 위기 전염으로,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하로 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준, 인플레 억제 택해
연준은 22일(현지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4.75~5.0%로 결정했다. 최근 은행 부문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FOMC 위원들은 금리 인상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를 통해 최종 금리를 5.1%(중간값)로 제시했다. 한 번 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는 셈이다. 18명 위원 가운데 7명은 최종 금리가 5.1%를 웃돌 것으로 봤다. 5% 이하로 예측한 위원은 단 한 명이었다.
FOMC 성명에 종전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문구 대신 ‘추가 인상’ 문구가 들어가자 시장에서는 연준의 비둘기 선회를 기대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러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그는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충분한 긴축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은행 안정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무게를 뒀다고 분석했다. 애나 웡 등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경제학자들은 “연준은 관망과 지속적인 금리 인상의 장단점을 따져본 뒤 후자(인상)를 택했다”고 평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회의 이후 연준이 5월에도 0.25%포인트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연준의 매파 날개가 조만간 꺾일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미 기준금리가 오는 7월부터 꺾인 뒤 12월에 4.0~4.25%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5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도 약 58%에 달한다. 이번이 마지막 인상이란 시각이다.
컨틴전트매크로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앞으로 몇 개월간 인플레이션 및 일자리 지표가 놀라운 수준으로 강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이 마지막 인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파월 "美 은행 건전"…시장은 신용 경색 우려
연준과 시장의 시각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은행 위기를 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은행 시스템의 혼란을 억제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나쁜 결정을 초래할 수 있는 확실한 위험"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은행 혼란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가늠하기에는 이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주간 은행 시스템의 상황을 볼 때 가계와 기업들의 금융 여건이 더욱 긴축될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적 여파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런 영향이 얼마나 클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통화 정책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말하기도 이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미국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을 강조하며 “(당국의 조치로) 모든 예금주의 저축이 안전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확신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의 이런 견해가 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봤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국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긴축에 따른 결과를 통제하는 힘을 약화시켰다며 “경제 및 금융 압박의 가능성을 키운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안 셰퍼드슨 판테온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용 조건이 공격적으로 긴축될 위험이 상당히 심각하다”며 신용 경색을 우려했다.